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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사람 Sep 07. 2021

임용고사 실패수기(2)

#이렇게 하면 망합니다

오늘은 앞의 글에 이어서 제 3년간의 수험 생활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제 잘못된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글을 다시 시작합니다.


초수생 때의 내 책상.





#이렇게 하면 망합니다 part 1. 공부법


초수생 때는 의욕이 앞섰다. 아는 것은 없는데 시간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인지 매순간 집중하지 못 했다. 1,2월 기본이론 강의를 노량진에서 직강으로 들었다. 스터디도 하기는 했는데... 초시생끼리 구성된 스터디였기 때문에 크게 득을 보지는 못했다.(하지만 이때 스터디원들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지낸다. 그리고 나를 뺀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현직에서 근무 중이다.)


3월부터는 인강으로 돌리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를 했다. 오전에는 교육학, 오후에는 전공  과목을 공부했다. 주말에는 하루 종일 인강을 들었다. 2주에 한 번씩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다.


하루종일 운동도 안 하고 장장 16시간을 독서실에 앉아 있었다. 기계처럼 공부했다. 그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공부한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렇게까지 공부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컸다. 하지만 효율은 떨어졌다.


서브노트 만들기에도 충실했다. 수험서에 살을 붙이는 식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전공서를 각각 요약하는 무모한 짓을 시작했고 완성까지 했다.


[보시다 시피 저는 무작정 열심히 하던 수험생이었습니다. 무작정 열심히 하지 마세요. 내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고, 나의 체력과 컨디션 사이클을 찾으세요. 그것을 알고 공부하는 것과 모르고 공부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저처럼 제로베이스의 수험생이라면 혼자 공부하지 마세요. 그리고 투자라고 생각하고 강의를 선택하셨다면, 반드시 강의에서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뽑아내고 남는 시간에 개인 공부를 하세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강의도 활용하지 못 하고 내 공부도 내 공부대로 망칩니다. 강의를 듣지 않는다면 스터디라도 하세요. 혼자 공부를 하다보면 자기 굴레에 빠질 확률이 커집니다. 물론 학습지향적인 스터디원을 만나셔야겠죠. T.T]


[인강을 듣는 경우, 저처럼 몰아서 듣지 마세요. 저 역시 한 체력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8시간 정도를 강의만 듣다 보니, 너무 지치고 수업 내용이 귀에 들리지 않더군요. 복습도 제대로 안 되고요.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강의를 듣는 것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


[서브노트는 만들 계획이라면 전공서를 요약하기보다, 수험서 하나를 골라서 살을 붙이는 식으로 하세요. 시간도 많이 들고 그 굴레에 빠지면 나오기가 어려워요. 차라리 전공서를 정독하는 게 훨씬 안전한 방법 같습니다. 서술형 체제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서브노트가 마음의 위안은 되지만, 오개념을 학습할 수 있어서 필요악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하면 망합니다 part2. 긴장


정말 열심히 공부했기에 점수가 잘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해가 마지막 객관식 시험이었다. 그 이후로 임용고사는 서답형, 서술형 시험으로 바뀌었다. 바뀐 시험 체제에 맞게 공부법도 바꿔야 했다. 마음고생을 했지만, 초수 합격은 감히 생각하지도 않았던 결과였기에, 별 생각 없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재수생 때 점수가 정말 많이 올랐다. 하지만 내가 지원했던 경기도의 점수 커트라인이 전국에서 제일 높았고(경기도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1차 합격을 할 수 있는 점수를 받았다.) 나는 결국 또 낙방했다.


점수가 많이 올랐던 이유를 꼽자면 온라인 스터디, 당일 공부 당일 복습, 운동 같다. 이때는 이론 강의는 전혀 듣지 않았다. 교육학과 전공 과목 모두 마찬가지였다. 대신 온라인 스터디원을 구해서 공부를 했다. 진도를 정하고 당일 공부한 것을 스터디원과 밤 11시에 카카오톡으로 문제를 내며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했다.(신기하게도 이때 끝까지 나와 공부했던 스터디원 역시 당해 합격을 했다. 나는 타인에게 합격의 기운을 전하는 전도사인가...)


개인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를 하고 나면 바로 문제를 풀어서 공부한 내용을 점검했다. 빈 종이에 내가 공부한 것을 단원 목차에 따라서 썼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찾아서 다시 공부했다.


공부 시간은 줄였다. 저녁 6시가 되면 독서실에서 집으로 왔고, 2시간 가량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저녁 식사를 하고 운동도 했다. 밤에는 여유롭게 공부하다가 12시를 넘기지 않고 잤다.  


재수 때의 실패 요인을 꼽자면 긴장감이다.(내 불운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것이 답이라는 확신이 없는데도 답을 써내려갔다.(엥? 이게 왠 멍멍이 소리?) 실제로 시험장에 가면 긴장감이 엄청나다. (남편이 임용고사 수험장에 같이 왔을 때 분위기가 다른 시험장보다 훨씬 엄숙하다고 표현했다.) 나는 그 긴장감을 없애고자 박카스와(????) 커피를 무진장 마셨다. 카페인의 요동침과 함께 내 손은 머리와 다르게 움직였다.    


[긴장하지 마세요. 긴장을 안 할 수 없지만... 긴장하지 마세요. 이건 공부할 때부터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그나마 바뀔 수 있습니다. 시험 준비를 하며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나는 잘 해낼 것이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라는 식의 마인드 컨트롤을 항상 하세요. 그래야 시험장에서도 저처럼 떨지 않을 수 있을 거예요. 명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망합니다 part3. 학습된 무기력(자기확신의 부재)


삼수까지 하게 되면 학습된 무기력에 지배당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나의 노력과 상관 없이 운이라는 외부 요소를 탓하기 시작한다. 정말 망하는 지름길에 들어선 것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떨어졌다는 생각에 사주나 점괘를 보러 다녔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여 합격한 친구와 유명하다는 사주 카페에 갔었다. 그리고 관운이 없으니 포크레인 운전 자격증을 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에 나는 운전면허도 안 딴 상태였다.


공부를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몸과 마음이 축났기 때문이다. 차라리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공부에 몰입하면 되는데, 마음이 불안하니 그러지도 못했고 독서실에 앉아서 멍때리거나 그냥 시간만 보내고 돌아왔다.


이렇게 자기확신을 잃는 수순을 거쳤다. 나도 나를 못 믿는 상태가 되면서 세상 만사에 흥미를 잃고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삼수 때 치른 점수는 재수 때 점수보다 더 낮았다. 차라리 재수 때 성적이 나빴으면 더 열심히 노력했다 싶었다. 하지만 2차에서 낙방하는 사람도 수두룩한 이 시험에서 나처럼 군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기는 하다.


다시 공부에 집중하기는 했지만, 이미 자기확신을 잃은 상태에서 하는 공부는 성공적일 수 없었다.


[시험이 전부는 아니에요. 그러니 이 길이 아니면 나는 낙오자가 된다는 생각도 버리세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충분히 멋지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길은 정말 많아요. 사범대에 나온 사람은 대부분 바른 생활만 하던 사람일 거예요. 그러기에 실패를 마주하기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몰랐던 나의 이면도 볼 수 있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 수험 생활을 계속 하던, 하지 않던 나 자신을 믿고 다독여주세요. 그래야 다시 일어서기에도, 새로 시작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거예요.]








아름다운 수험 생활이란 없지요. 하지만 수험 생활에 임하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그 에너지와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랍니다. 그러니 순간에 집중하시고 집중하는 당신을 아껴주세요. 앞으로의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시간이랍니다. 나만을 위하는, 나를 알아가는 그런 시간이요...




다음 글에서는 수험 지옥에서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패배자라는 의식과 작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단 한 분이라도 도움을 받으시는 분이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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