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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istgon Nov 13. 2020

달콤한 나의 도시, 와이키키

반전 없던 하와이 입성기

Today's a new day, and there is no sunshine
nothing but clouds, and it's dark in my heart
and it feels like a cold night.

오늘은 새로운 날 햇빛도,

구름도 없고 내 맘은 어둠으로 가득하네 어느 추운 날의 밤 같구나.


Today's a new day, where are my blue skies,
where is the love and the joy that you promised me
You tell me it's alright.
오늘은 새로운 날 주님, 당신이 약속한 파란 하늘,

그리고 사랑과 기쁨은 어디 있나요. 다 좋다고 하셨잖아요


I almost gave up, but a power that I can't explain,
fell from heaven like a shower.

나는 거의 포기했지만, 내가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네

마치 천국에서 떨어지는 하나의 소나기 같은 그런 힘


I smile, even though I'm hurt see I smile,
I know God is working so I smile,
Even though I've been here for a while
I smile, smile..

나는 웃네, 내가 웃는 게 아플지라도 웃어보네

주님이 일하시는 것을 아니, 웃을 수 있네

그래서 나는 웃네~ 오늘도 웃네


-I smile/ Kirk Franklin-


공항으로 가는 리프트 안에서 흘러나온 노래였다. 떠나던 날 아침 시카고의 공기는 유난히도 차가웠다. 소중한 인연들을 두고 가야 하는 내 마음을 반영한 듯 차가웠다. 떠날 때의 마음이 홀가분하기만 할 줄만 알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마음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착잡한 마음이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달라졌다.


‘그래!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웃자!’


결국은 어떤 감정을 선택할지 역시 나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시간 30분을 날아 하와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하와이의 후끈한 공기가 숨통을 확 막았다. 하와이의 습한 공기와 특유의 냄새가 내 몸을 휘감자 비로소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을 수 있었다!

“고은아! 도착했어? 지금 어디야? 우리 공항을 계속 돌고 있어.”


하와이에 살던 내 대학 동문 나라였다. 나라는 하와이에서 신혼생활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날 마중 나온 것이다.


생각할수록 나라와의 인연도 참 재밌다. 내가 하와이에 반해서 매년 하와이로 여행을 다니던 시절, 그러니까 나의 두 번째 하와이 여행에서 우연찮게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 마중까지 나온 것이다.


두 번째 하와이 여행은 엄마와 내가 둘이서 '호놀룰루-마우이-빅아일랜드-호놀룰루'를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호놀룰루 여행 중 찾았던 한인 교회 목사님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한국에 알고 지내던 목사님의 제자분) 내외가 우리 모녀를 '노스쇼어' 쪽 투어를 시켜주셨는데, 그때 ‘노스쇼어'에 새우 트럭(새우요리)으로 유명한 한 간이식당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주셨다. 공터에 버스 몇 대 세워 두고 그 안에 간이 책상과 의자를 쫙 펼쳐놓은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앉아 새우요리를 먹는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유난히 야생닭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 길거리에 '닭둘기' 마냥 말이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무슨 개 마냥 커가지고는 사람을 보고 겁도 없이 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하고 다녔다. 한국에서 치킨을 그리도 먹어치우던 '닭 살인마'인 나를 닭이 무서워해야 하는게 정상일텐데 오히려 닭은 당당했고 내가 닭이 무서워 도망 다녀야 할 지경이었다.  ‘새우 트럭’ 쓰레기통에 맛 좋은 먹이가 많다는 게 닭들에게도 소문이 났는지, ‘새우요리'를 맛나게 먹고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러 간 나는 쓰레기통 안에서 점잖게 앉아 나를 째려보는 닭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고, 결국 난 ‘으아악!'하고 소리를 질러 버린 것이다! 그때였다!


"고은아!"  


나라였다. 그렇게 나라와 나는 하와이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 여행에서 나라는 내가 엄마와 함께 여행 왔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엄마께서 한식이 그리울 거라며 우리를 본인 집으로 초대하여 얼큰한 ‘김치찜'을 끓여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하와이를 갈 때마다 나라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어학연수’를 결심하게 된 마지막 하와이 여행에서 역시 나라를 만났었는데 그때 난 나라에게


“아무래도 난 올해 하와이에 다시 와야만 할거 같아.

다시 와서 꼭 일 년 살 거야. 꼭 다시 돌아올게! 그러니까 내 짐 좀 잠시만 맡아줘!”


라며 내 짐 (중형 트렁크 가방 두 개)을 친구네 집에 두고 왔다. 너무도  자신감 충만하게 금방 찾으러 온다고 하였다. 나라는 밑도 끝도 없이 짐을 맡아 달라는 말에 약간 놀랐던 거 같다. 그러나 나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는 "그래! 꼭 와!" 라며 내 짐을 흔쾌히 맡아 줬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이 지나고, 하와이로 온다던 내가 시카고로 가자 나라도 '언제 올 건지' 궁금해하였다. 나도 예상치 못했던 흐름에 중간에 '내 짐을 버려도 된다'는 자신감 결여된 풀 죽은 소리를 하기도 하였었다. 그런데! 결국 '하와이'로 입성하게 된 것이다! 돌아 돌아 드디어 친구를 만났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였다. 게다가 이렇게 든든한 친구가 있다니! 앞으로의 하와이에서의 생활도 문제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체구는 작은 그녀였지만 난 그녀를 '하와이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졌다.


“오느라 고생 많았어!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친구는 날 하와이에서 유명한 ‘짬뽕집’으로 데려갔다.

얼큰한 짬뽕을 먹으니 긴장이 풀렸다.


“웰컴 음식은 내가 사는 거야!”

공항에 픽업까지 나오고 게다가 반년 동안 짐 맡아준 것만으로도 모라자 밥까지 사준다니.... 종로에서 맞은 뺨을 한강에서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정말이지 인생은 웃기는 짬뽕이 아닐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혼자 '푸훗' 웃음이 터졌다. 그렇다... 그녀가(내가) 드디어... 웃었다. 하와이에 오니 자동 잇몸 만개가 되었다.


오랜만에 찾은 하와이는 마치 우리 집 안방과 같이 편안했다. 입성과 함께 고생 끝 행복 시작일 거란 자신만만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하와이를 오기 위해 얼마나 별 생쇼를 다 하였던가! 지난 시간들이 필름이 되어 머릿속에 상영되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로 데려다주면 되는 거야?"

"아! 게이트웨이 호텔!"


처음 하와이에서의 일 년 동안의 어학연수를 작정했을 때 아무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도 나름의 치밀한 시장 조사(?) 및 사전 계획을 하였었다.


일단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하와이가 너무 좋아 이민을 갔다는 '유명 블로거'님께 쪽지를 보내 한 번 만나 달라고 부탁을 하여 하와이 삶의 허와 실에 대하여 물으며 상담도 하였고, '하와이 커피' 납품 사업을 하는 분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면서 정보를 얻다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났을 때, 내 명함판 사진 뒤에 전화번호를 남겨 ( 찢어 버리지 말라고) 전달하면서 "한국에서 저 좀 꼭 만나주세요!" 라며 직접 만나 상담을 하기도 하였다. 결정적으로 고객으로 만나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게 됐던 하와이 현지 호스텔 운영자인 지인에게 숙소 제공의 약속을 받고 나서야 '하와이 어학연수'를 추진했었던 것이었다.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그들에겐 사실 날 하와이에서 살게 할 힘은 없었는데 그들을 만나 도와주면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오바마나 트럼프를 만나도 안 될 일이었는것을...) 오늘은 호스텔을 운영하던 지인의 도움으로 와이키키에 위치한 호텔을 예약하고 거기서 묵게 된 것이다. (아! 물론 내 돈 내고 며칠을 묵는 것이었다.)


호텔에 들어서니 나를 반겨주는 웰컴 카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너도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첫날부터 며칠간은 그냥 푹~ 쉬었다. 아직 어학원이 시작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자다가, 책도 읽다가... 호텔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그립던 하와이를 구석구석 누볐다.

그동안 내가 해보고 싶었던 호텔 테라스에서 '요가'도 하고, 느긋하게 욕조 목욕도 하고~ 여행객처럼 조식 서비스도 우아하게 이용하고...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보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고은 씨! 오늘 저녁에 잠깐 만날래요?"


호스텔을 운영하는 지인 오빠 (너무 길어서 이제부터 'S' 오빠라고 부르겠다.)의 전화였다. S 오빠는 정말 바쁜 오빠였다. 하와이 시장 보다 더 바쁜거 같이 사는 오빠다. 그래서 얼굴 보기가 참 힘들었는데 잠깐 시간을 내서 날 만나준다고 하였다.


"오빠!"

오빠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빠는 날 환영하는 의미로 '와이키키' 내 수두룩 빽빽한 호텔 중 한 곳으로 데려가 '웰컴 칵테일'을 사줬다.

그동안 시카고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니 S오빠도 고생이 많았다며 위로해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민자로 살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 S 오빠 입장에서 내가 겪은 이야기는 엄살에 불과했을 거 같다. 그런데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해줬던 것이 다시금 감사하다.)


"고은 씨 제가 호스텔에 방을 마련해 두었으니까 거기로 오세요."

"감사해요. 저한테 어떤 일이든 맡겨주세요! 제가 도울게요."

"그래요! 그냥 편하게 지내면서 이것저것 좀 도와주세요."

"그럼 제가 '호스텔 조식'을 좀 돕게 해 주세요!"

"부담 갖지 말고 그럼 그렇게 하세요."


지난 여행 때도 S오빠네 조식 시간에 일손이 부족한 거 같아 자진해서 오빠를 도운 적이 있었기에 자신있었고 재밌을거 같아 하고싶었다. 천국 같은 곳에서 꿈같은 호캉스를 즐기고 있었지만 그것도 혼자만 하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곧 전 세계 여행객들이 모여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호스텔'로 입성하게 된다니! 생각만 해도 앞으로 펼쳐질 매일매일이 I smile 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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