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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이 우선 과제

<모두를 위한 정치>를 읽고

by 태양이야기

이 책의 목표로 나와 있는 주제는 '행복'이다. 각 개인이 행복하려고 하는데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사적 행복은 공적 행복에 달려 있다(p.13)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궁리할 주제는 정치다. 이 책에서 정치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p.15).


전체적으로 조금 쉽게 쓸 수 있는 내용을 어려운 단어와 개념을 가져와서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쉽게 쓰인 책이 있다면 그것이 모두를 위한 정치가 될 수 있는 기본서가 되지 않을까. 한나 아렌트를 데리고 왔는데 더 쉽게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래도 요즘 책이 쉽게 접근할 콘텐츠가 아닌데 내용조차 어렵다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려다 지레 겁먹고 끈을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롭게 알게 됐거나 인상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신뢰라는 초석


정치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 함께 모여 공통 관심사에 대해 말하거나 행위할 때 발생한다. p.36
"진정한 정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힘을 온전히 발휘하며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이다. p.61
궁극적으로 주고받는 것은 신뢰다... "신뢰는 합의를 이끌어낸다".. 신뢰는 관계의 질이다. p.96


이 책 외에도 '신뢰'는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어떤 사회든 서로 믿음이 없다면 유지되기도 힘들 뿐더러 성장 가능성 또한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 출간된 <청킹맨션보스는 알고 있다>가 신뢰 없이 구축된 사회에 대한 내용이 있던데 얼른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정치는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현실로 가져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좋은 말은 그냥 말로 끝난다. 이것을 실제로 실현해 보는 것은 꽤나 다른 이야기다. 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되는 문장들을 아래 모아봤다.


판단의 핵심은 "다면성"에 입각해 문제를 보는 것이다. p.115
일상에서 사람들이 공적으로 말하고 행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렇게 하도록 격려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p.119


다양성을 인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결론이다. 뭔가 좋은 이야기들만 있었던 것 같아서 정리나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좀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 판단의 순서, 인식-탐구-사유-판단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이론 중에 “정치적 판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최근 내린 정치적 판단을 살펴봤을 때 단순한 인상에 그치지 않고 인식, 탐구, 사유, 판단의 과정을 거쳤는지 모임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우선 인식 단계에서부터 막혔다고 이야기했던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공유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했던 신뢰가 사라진 게 진짜 큰 문제이고 인식 단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정보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는 말에 공감했다. 인식의 과정에서부터 망가졌기 때문에 판단까지 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판단을 해야 하니 어떨 수 없이 믿을 수 없는 정보 대신 경험에 기댈 수밖에 없어진 것 같다. 그러면 또 제한적인 경험의 한계에 봉착하게 마련이다. 결국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는 만족감 없이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마다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너무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회적 신뢰가 회복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나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동안 소홀했던 부동산 글을 다시 차근차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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