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를 읽고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에는 15권의 책이 등장한다. 책에 대한 해석과 청춘 시절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몰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나 또한 대부분의 책을 읽어봤기에 같은 마음인 것도 있고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몰랐거나 인상적인 파트는 두 개였다. '인구론'을 쓴 맬서스가 그 당시 인구를 조금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끔찍한 문장을 써놨다는 사실을 왜 예전엔 몰랐을까 싶었다. 그리고 자본주의 세상을 살고 부자에 대한 생각과 부동산 관심으로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 나오는 표현에 공감했다.
베블런에 따르면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기려고 하는 경쟁심 때문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해 소비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는 것이 돈을 버는 목적이다. 돈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p.229
그렇다면 이 책들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에게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 또한 청춘이 아니기에 현대적인 기준으로 비슷한 책을 추천하고 싶어 져 그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유시민 작가가 각 책에 붙인 부제에 맞는 취지의 책으로 제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갔음을 감안해서 봐주시길)
이 책은 최진영 작가를 좋아하게 만든 책이다. 다른 작품도 여러 개 있지만 유독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뒤 남는 여운이 길었다. 그래서 6학년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같이 읽기도 했다. 평범하다는 단어로 납작하게 눌려진 단 한 사람이 사실은 전부라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각자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고 싶다. 당신 단 한 사람이면 전부가 바뀌게 된다고 말이다.
우리가 사적인 삶에서 늘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사는 비결은 그런 이야기를 볼 줄 알며 직접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지식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쓰인 책이다. 2017년 출간으로 트럼프 당선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나와 있는 책인데 꽤나 지식인들을 다그치는 내용이 많다. 내가 저자와 같이 엄청난 지식인은 아니지만 왜 늘 깨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덕분에 난 사적인 삶에서 늘 깨어 있는 의식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청춘을 뒤흔든 정도의 혁명의 매력까지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제목 자체가 던지는 도발적인 면모가 궁금했었다. 그렇게 이 책을 접한 뒤 어쩌면 저자의 의견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 부제로 적힌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이라는 표현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성장만을 추구하고 바랬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의 자본주의는 기후 위기를 일으켰고 덕분에 엄청나게 더운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자본주의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나를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겠다고 느낀다. 그 이후 이 저자의 책을 계속해서 읽게 됐다.
불평등은 불가피한 자연법칙이 아니라 사람이 고안해 낸 정교한 설계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비만 또한 마찬가지다. 편견으로 인한 오해라는 사실이 버젓이 드러나 있는데도 전혀 생각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또한 많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믿는 것이 편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편견 속에 내던져진 사람들에게 기적의 비만 치료제로 소개되는 약들은 엄청난 피해를 안겨줄 가능성이 커진다.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놔둔 채 미봉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식과 비만이 탈출구 역할을 하게 만드는 불평등은 자연법칙이 아니다.
과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구론> 못지않은 방법으로 사람이 고안해 낸 설계 때문에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삶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사랑'을 빼놓을 순 없다. 이성 간의 사랑을 다루진 않았지만 큰 범주로 봤을 때 '사랑'을 다룬 소설이 맞고 이 책 또한 SF인 만큼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에 대한 영역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최근 청춘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눈물이 흘렀었다.
기술발달로 사람 간의 접촉면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이제 애정이나 사랑은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은 연대와 사랑이 가능한 세상을 꿈꾸게 만들어준다.
6. <메르켈 리더십>
메르켈이 보수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됐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한다면 내가 아는 선에서 메르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내가 아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 좀 패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덕분에 독일 총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겨서 독일 총리들에 대한 책도 이후 읽었었다.
독일 국민들이 뽑은 존경하는 독일인 100명에 역대 총리가 모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나서 독일과 관련된 여러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놀라웠다. 독일인들이 총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국민들이 좋아하는 대통령이 많았으면 좋겠고 그것이 언젠가 가능하길 바라게 됐다.
사마천의 <사기>만큼 대단한 책을 찾기 어렵다. 요즘 권력에 대한 여러 가지 시선 중에 유독 푸코의 저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 소개해보고 싶었다. 제목처럼 권력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아무래도 부동산과 공간 모두 관계가 있기에 그를 둘러싼 권력의 형태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에 대해 푸코가 쓴 책은 생각을 정리하고 공간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뽑아봤다.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아름다움은 노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름답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슬픔도 힘이 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을 떠올렸다. 바로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작별하지 않는다>가 가장 슬픔을 아름다운 힘으로 전환시킨 마법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서처럼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해서 슬프지만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면서 아름다운 문체로 승화시키는 이 책이야말로 현대 청춘들이 읽을 문학이 아닐까 싶다.
아주 예전에 읽은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왜 다정해야 하는지 납득이 갔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 또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단지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하기엔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 면모가 많다. 다정한 것, 돌봄, 보이지 않는 많은 요소가 바로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지금 이 시대의 청춘이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를 명확하게 드러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상황을 담을 순 없지만 대표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생활과 생각을 마치 옆에 같이 경험하는 것처럼 쓰여 있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왜 사람들이 부자가 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면 가볍게 읽기 좋을 소설이다.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지금 살아가는 저자가 일인칭 관점에서 가난을 이야기하는 에세이 혹은 비문학이다. 뭔가 고전을 통해 진보와 빈곤에 대해 읽어봐도 좋겠지만 지금 당장 이 시점에 왜 가난한지 어쩌다 가난해졌는지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유시민 작가의 청춘 시절의 언론이란 지금과 비교해 몇 가지 매체에 한정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기존 언론을 대체하는 매체가 등장하고 SNS를 통해 연결되면서 보이는 것과 진실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실제로 <집단 착각>에서는 여러 사례를 들며 우리가 얼마나 착각에 빠져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이 시대에 내 생각을 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싶은 마음도 든다.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집단에 순응하는지, 그러한 순응이 어떻게 집단 착각을 낳는지 이해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완전히 파악하여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는 이긴 자들이 쓴 기록이라고 흔히 말한다. 어쩌면 예전에 <역사란 무엇인가>처럼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야 했다면 이제는 역사에서 지워지고 잊힌 사람들을 기억해 내며 기득권을 위한 삶을 롤모델로 두기보다는 다른 삶도 롤모델로 둘 수 있는 역사를 발굴해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의 진보보다는 사람의 진보를 원한다.
밀의 <자유론>이 21세기 문명의 예언서라고 했다면 이제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리고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민폐를 잘 끼치고 잘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두 번째 책까지 같이 읽는다면 금상첨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