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읽고
온라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는 세대, 난 그렇지 않았다. 내 딸이 그런 세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저자와 함께 하는 독서 모임을 기획했다.
독서 모임을 홍보할 때 썼던 문구로 포문을 열고 싶다.
사이버 폭력, 악플, 계정 사칭, 그루밍 성범죄, 어린이 혐오...
'잼민이'들이 소외되는 온라인 사회에서 아이들의 온라인 경험에 귀 기울이고 손 내미는 어른이 되어주세요!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놀이터라는 공간을 마련해 놨다. 정확히 법으로 규정해 놨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곳이면 무조건 놀이터가 필수다. 물론 놀이터에서 어른이 놀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제작 자체를 아이들에 맞춰해 놨기 때문에 크기 때문에 즐겁게 놀기란 불가능하다. 덕분에 놀이터는 아이들만의 공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세상은 어떤가 비교해 보자.
놀이터 공간도 다른 공간을 넣지 않고 공공시설로 분류되면서 아이들을 위해 마련했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연결된다기 보기는 어렵다. 온라인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만든 공간이다. 따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만약 운영하게 되면 보조금이 잔뜩 나오지 않는 한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다. 사용자가 많고 돈을 쓸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온라인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 2000년에는 또래 문화를 형성할 공간이 있긴 했었다. 그런 공간조차 자본주의에 잠식당해 버린 상황이다.
온라인과 완전히 분리된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p.26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는 잘못이라는 인식이 아직 매우 약하다. p.38
가해자가 느끼는 만족은 즉각적이고 강렬하다... 다시 말해 자신의 저격을 타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저격 대상이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라는 생각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p.46
본인이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이중적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명확한 윤리적 판단 기준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중이다. p.56
어린이 청소년들이 무지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p.60
온라인에서 감각이 마비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조금 다르다. 실제로 코로나 시절을 겪으면서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시간과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다르게 느껴졌었다. 뭔가 온라인은 신경이 분산되거나 SNS으로 나누는 대화는 의도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 순간 우리는 공기의 떨림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숫자에 현혹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멀어지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 게 아닐까. 온라인 영상도 마찬가지고. 최근에 읽은 <사고는 없다>에서도 원인을 사람에게 돌리는 이유 중 하나도 자극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난은 비극적인 사고가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이는 데서 오는 공포를 통제하는 방법이다... "비난은 단순히 고통과 마음의 불편함을 털어버리기 위한 것일 뿐" <사고는 없다> 중 p.259
비난은 안심만이 아니라 권력의 감각도 준다. 사고에 대해 우리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우리는 스위스 치즈의 모든 층위를 하나로 꾹 눌러서, 즉 세상의 모든 복잡성을 응축해서 단 하나의 원인을 만든다. 그리고 그 원인은 무언가를 잘못한 어느 한 사람이다. <사고는 없다> 중 p.260
그렇다면 실제로 온라인 세상을 접한 아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서 모임에서 직접 들어봤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이 다르다고 느끼는 건 맞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좀 더 절제되지 않은 행동을 한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말 그대로 더 자극적인 상황에 노출되기도 하고 오프라인처럼 실제와 다르기 때문에 통제가 어려운 면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카카오톡이나 댓글에서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온라인에서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감각은 과연 어떤 나비 효과를 가져오게 될까.. 이미 그 효과가 여러 곳에서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선정해서 읽게 된 계기도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을 봤기 때문인데 그 이야기 또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 세계에 들어와서 제대로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시간을 단축하고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게 하려면 공부하고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교육이 필요한데 예산은 삭감되었고 각자도생으로 알아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그냥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물리적 폭력에 노출되었다가 겨우 체벌이 없어졌다고 하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노출되어 버렸다.
과연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한다. 이번 겨울 방학 때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 교육이 될지 고민한다.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저자인 김아미 님은 최근에 <나는 왜 쇼츠를 멈추지 못할까> 책을 냈는데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저자 북토크 때 왔던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에 나오는 우려되는 항목을 아이가 스스로 어떻게 대처할지 방안을 마련하면서 전부 완료했을 때 온라인 사용에 대해 더 이상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너무 좋은 방법이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고 우려되는 점을 개선해 본다면 관계뿐만 아니라 온라인도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