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알림] AI와 UX 라이팅

이제 UX 라이팅은, UX 라이터는 아니, 쓰는 인간은 어떻게 될까요.

by Joo Jun

죽다 살아난 사람의 인사

이 공간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일 년이 넘었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아, 저는 말이죠...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잘 지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죽을 뻔했으니 잘 못 지냈다고 해야 할까요. 2025년 한 해는 일하면서 0세 아기를 돌보는 데 에너지 대부분을 쏟았습니다. 일과 육아가 147% 정도의 리소스를 요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나머지 47%는 기본 체력에서 끌어다 썼는데, 이게 수명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가속 노화 풀악셀을 밟고 급격히 늙어버려서 어쩐지 예상보다 일찍 죽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듭니다.


일 이야기나 해볼까요.

출산 휴가 직후 복귀해 전과 다름없이 일하며 상당한 챌린지를 받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작년 한 해 마주했던 바로 그 도전이죠.

네, AI요.

개인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2025년이 AI의 원년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적용 방안을 고민해 실행하는 것이 작년 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2023년 전작『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에서도 AI 활용을 다뤘지만, 기술 발전 곡선에 본격적으로 가속이 붙은 건 작년이었고 그사이 정말 많은 것이 변했잖아요. 정말 고된 한 해였습니다.


작년 한 해 AI TF에 참여해서 팀원들과 여러 시도와 실패, 그리고 작은 성공들을 경험했어요. 하루에 십여 개의 프로젝트를 처리하며 가장 자주 쓰는 보조 도구가 AI가 될 정도로, 제 일과 생활 모두에 AI가 깊숙이 들어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아주 솔직히 말하면, AI를 사용하는 매 순간 복잡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어, 이게 되네?
넌 기계고 난 인간이잖아? 네가 잘하는 건 당연해
뭐, 이것도 못한다고? 토큰이 아깝다.
어휴, 됐다 됐어 너한테 이걸 설명하느니 그냥 내가 하고 만다.


애증? 혐관? 이런 게 그런 건가 싶을 정도로 감정이 솟구쳐 오를 때가 많았어요.

다행인 것은 TF 활동과 개인적인 사용을 거치며 성찰의 지점이 생겼고, 제가 하는 일의 영역에서 AI의 활용과 의미,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재익 님(우리 팀 영어 UX 라이터이자 로컬라이제이션/AI 엔지니어)과 함께 얇은 문고본에 그 생각을 담았습니다.


책의 구성

이 책은 AI 시대의 UX 라이팅을 ‘일에 대한 사유와 확장’, ‘기술적 이식 과정’, ‘전문가와 조직 거버넌스’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다룹니다.

먼저 텍스트를 글이 아닌 '데이터'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 AI 시대에 맞는 UX 라이팅 원칙과 텍스트 속성에 따른 위임 기준, 그리고 추상적인 보이스 가이드를 수치화된 파라미터로 변환하는 기초 설계를 논했습니다.

이어서 설계된 데이터가 실제 인터페이스로 출력되도록 CO-STAR 프레임워크를 통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RAG, MCP, n8n 등을 활용한 지능형 라이팅 시스템 및 멀티 에이전트 워크플로 구축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너무 어렵고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지면의 한계도 있었고, AI 기술이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에 UX 라이팅에서의 AI 활용에 근간이 되는 기초적인 콘셉트 위주로 소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지화 전략과 함께 ‘의미의 최종 조율자’로 재정의되는 UX 라이터의 새로운 역할, 그리고 조직 차원의 콘텐츠 거버넌스 체계를 통해 기술의 폭주를 막고 신뢰를 생산하는 운영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실무 UX 라이터, UXer, PM/디자인 조직 관리자분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 전작에 비해 무겁고 어렵고 재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UX 라이팅이, UX 라이터가, 아니 ‘쓰는 인간’이 어떻게 변할지, 이제부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궁금한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직장인 분들은 회사 도서/스터디 지원금으로 보시고(피 같은 사비는 넣어둬요. 어허, 누가 간편결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를 내는가), 학생분들은 학교나 지자체 도서관에 희망 도서로 신청해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뭐 더 해야 할까... 하는 고민

책이 나왔으니 이번에도 북토크같은 걸 해야 하나 싶은데, 막상 행사를 하면 올 사람이 있을지, 또 서로 얼굴 보고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다들 이 시점에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지 생각이 많아지네요.

북토크를 하면 어쩐지 되게 비장하게 이렇게 말해버릴 것 같아요.

이 책은 UX 라이터의 유언장입니다.
저 빼고 다들 잘 먹고 잘 사시길 바랍니다.

다행인 점은 이번에 우리 팀에서 두 명씩 짝을 지어 두 권의 책을 냈기에, 행사를 하면 발표를 맡길 동료가 더 있다는 것입니다. : ) 저희 팀의 훌륭한 로컬라이제이션 PM 두 분이 쓰신 『AI 시대의 IT 로컬라이제이션』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AI와 UX 라이팅(교보문고)


AI 시대의 IT 로컬라이제이션(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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