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번외편]
신께서는 감당할 수 있는 시험만 주신다고 하던데. 지원의 불행은 언제쯤 끝이 날까. 못 본 새 더욱 수척해져 있었다. 괜찮다는 말이 내 귀에는 왜 아프다고 들리는지. 차라리 힘이 듭니다, 원망이라도 했다면. 그편이 나았으리라.
밥보다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에게 원하는 전시를 보여주었다. 잠시나마 녀석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숨통이 트이는듯하다. 저녁 식사까지 권했지만 벼룩의 간을 빼먹을 수는 없다며 사양한다. 술이라도 사주랴, 물으니 반갑게 웃으며 본인이 대접하겠단다.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과 봉지 과자 하나를 사들고, 자신이 지내는 옥탑방으로 끌고 간다. 창가에 앉아 시내 야경을 안주 삼아 맥주를 들었다.
“어른이 되면 이렇게 함께 술을 마시고 싶었어요.”
“나는 네가 어른이 되기를 포기할까 늘 걱정했어. 너와 내가 이렇게 살아남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네.”
나의 말에 유진은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어깨가 들썩거린다. 굵은 눈물이 펼쳐 놓은 과자 위로 뚝뚝 떨어진다. 다가가 안아주었다. 허물어지듯 내게 기대 소리 내어 운다. 고인 것을 모두 토해내라고 가녀린 등을 쓸어주었다. 존재뿐인 내가 존재만으로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준 시간.
퉁퉁 부은 눈으로 가는 길을 배웅한다. 녀석의 손에 준비한 봉투를 쥐여주며, 끼니만큼은 잊지 말고 챙기라 당부했다. 각자의 사정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 없으니. 생애 마지막인 것처럼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image_©Carlos Saenz de Tejada
이력서를 쓰기에도 이력이 난 나이
출근길마다 나는 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긴다
‘지금 나의 삶은 부재중이오니 희망을
알려주시면 어디로든 곧장 달려가겠습니다’
_여림 <실업>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