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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인

가난한 너를 위하여 [번외편]

by 성냥팔이 소년


언제였던가.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때. 유리창 너머, 폐지를 줍는 노인이 눈에 들었다. 힘겹게 짐을 옮기다 잠시 나무 그늘 아래 앉는다. 멀거니 하늘을 바라보다 품을 뒤진다. 수첩과 연필을 꺼내 무언가를 적는다. 한참을 골몰하더니 다시금 끄적인다.


모습이 마치 시를 쓰는 것 같았다.


때마침 그 곁을 남루한 사내가 걸어간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 우산을 쓴 채로. 휘청휘청. 고물에 가까운 찢어진 우산.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잠시 안도를 하다가, 도리어 비가 내렸어야 했나 주제넘는 연민을 하고 말았다.


가끔은 시보다 더 시적인 순간이 있다. 펜이 아닌 삶으로 시를 쓰는 거리의 시인들.




image_©Robert Doisneau



삶과 죄를 비벼 먹을 것이다.
세월이 나의 뺨을 후려치더라도 나는 건달이며 전속 시인으로 있을 것이다.

_이병률 《눈사람 여관》 中,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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