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번외편]
여자는 새빨간 구두를 신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민소매 차림으로 공원 안을 맴돈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명왕성처럼. 맞지 않는 커다란 신을 질질 끌고. 또각또각 대신에 덜그럭덜그럭, 울려 퍼지는 소리가 사뭇 처량하다. 별안간 무리에서 쫓겨난 명왕성처럼. 흐느껴 우는 듯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른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무슨 사연일까. 정신이 나간 것인가.
여자는 신문지를 꺼내 비행기를 접는다. 총을 쏘듯 허공에 내던진다. 그중 하나가 바람을 타고 건너와 나의 등에 부딪힌다. 떨어져 땅으로 처박힌다. 죽어가는 나비같이 파르르 떨고 있던 종이비행기. 주워서 펼쳐보았다. 적혀있던 글귀 가운데 영문장 한 줄이 심장을 긁는다.
Scars into stars.
상처는 별이 된다…?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백일몽이었을까. 나야말로 정신이 나간 것인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천사가 흘리고 간 복된 소식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안 믿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믿기지는 않지만 믿고 싶었다. 상처는 별이 된다고. 눈물이 마르면 소금이 남듯이.
날개 잃은 천사여. 부디, 피눈물 맺힌 구두를 신고 높이 날아오르기를.
image_©Victor Mizovts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