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너를 위하여 [Epilogue]
2025년 1월 1일에 시작했던 연재가 39화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상반기 동안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작가님들과 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드립니다.
브런치스토리 첫 작품이었던 [가난한 너를 위하여]는 여러 개의 엽편들로 구성된 연재 소설입니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다 보니, 간혹 실제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과 개인적인 상실의 사건들을 글감으로 사용하였기에, 내용이 허구인 것을 아는 저조차 가끔은 화자가 나인지 주인공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 모호한 경계가 즐거웠던 연재였습니다.
평생 글을 써왔지만, 출판을 하거나 등단을 한 적은 없습니다. 죽고 난 후 수십만 장의 사진이 발견되어 후대에 알려진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처럼, 단지 쓰는 것이 좋아 글을 썼습니다.
그럼에도 뒤늦게 공공연한 연재를 결심한 까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지금껏 추구했던 가치관과 삶의 의미를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부자가 되려 하면 반드시 가난한 사람이 생기고, 서로 가난해지려 하면 가난한 사람이 없어진다.
라는 문장에서 이야기를 지폈습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누군가의 빈곤은 불가피합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들 하나, 가난한 ‘나’는 가난한 ‘너’를 구원할 수 있다고, 결핍의 공간 속에 서로를 채워 넣은 ‘우리’는 단단히 뭉쳐 이 고단한 삶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연재를 마치고 나니, 인생의 커다란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입니다. 이 소설이 마지막이 될지, 시작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지만.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므로, 기꺼이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영화 <트루먼 쇼>의 마지막 대사를 두고 갑니다.
“And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image_©Quint Buchhol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