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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작별

by 성냥팔이 소년


카메라로 흐르는 구름을 담고 있었다. 누군가 옷깃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돌아서니, 자그마한 꼬마가 서있다.


“하늘 말고 나 찍어요.”


“사람은 안 찍는데.”


“나 사람 아니에요.”


“사람 말은 어디서 배웠니.”


“나는 천사에요. 엄마가 그랬어요.”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보호자가 없었다.


“엄마는 어디 계셔?”


“하늘나라요.”


“이런…”


“나 이만큼 컸다고 보여주게, 찍어주세요.”


꿈처럼 아득하게 피어난 메밀꽃 사이에 아이를 두고 셔터를 눌렀다. 녀석은 꽃보다 싱그럽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죽음도 슬픔도 묻지 않은 순백의 미소. 그래서 더욱 미어지는 마음.


편의점에 들러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함께 집까지 걸어갔다. 한 손에는 나의 옷자락을,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쥐고 폴짝폴짝 걷는다.


“모르는 사람 함부로 따라가면 안 돼.”


“엄마랑 똑같은 말 하네.”


“사진 나오면 너희 집 우편함에 넣어줄게.”


“하늘나라에 바로 보내주세요.”


대답 대신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파트 입구에 이르자 아이의 가족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이 뛰어왔다. 말도 없이 사라져 애를 태운 죄로 그녀에게 엉덩이를 맞는다. 그 와중에 나를 향해 신나게 손을 흔드는 녀석.


아가야, 약속 지킬게.


떠나기 전 챙겨야 할 것이 늘었다.




image_©Gaetano Chieri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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