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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왜성

by 성냥팔이 소년


한 달에 한 번. 제자와 함께 도서관에 간다. 입구에서 아이를 기다리는데, 혼자가 아니다. 동행이 있다. 나를 보자마자 두 사람 모두 꾸벅 인사를 한다.


“선생님 얘기했더니, 따라오겠대요. 괜찮죠?”


“물론이지. 반갑다.”


새 친구는 쑥스러운지 대답 대신 눈웃음을 짓는다.


지난 한 달간 읽었던 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집한 문장과 단어들을 공유하고, 돌아가면서 한 줄씩 적는 짧은 소설도 지어본다. 실 없이 실뜨기를 하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창작자인 나조차 따라가기 어렵다. 되려 배우는 시간이다.


수업을 끝내고 빌려 갈 책을 고르기 위해 잠시 흩어졌다. 신간 코너를 둘러보는데, 누군가 팔을 흔든다. 새 친구였다. 추천 도서를 묻는가 했더니, 자료실 밖으로 나를 이끈다.


“글 쓰신다고 들었어요. 저도 작가가 되고 싶어요.”


기대로 가득 찬 아이의 눈망울. 그러나,


“글을 쓰지만, 작가는 아니야.”


“네?”


“글을 잘 써야, 작가로 살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그렇지는 못해.”


“아니요, 선생님 글 읽었어요. 정말 좋았는걸요.”


“어이쿠. 고맙다.”


“지금은 못 쓰더라도 노력하면 나아질까요?”


“당연하지.”


“다음 달에도 또 오고 싶어요.”


“원하는 대로 해.”


햄버거와 콜라를 먹으며 발랄하게 떠드는 제자들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이세계의 존재를 대하듯, 나를 우러르는 아이의 시선. 또 하나의 영혼에게 헛된 꿈을 심어주었나, 괜한 죄책감이 든다. 그저 나는 빛나다 꺼져버린, 별의 시신이나 다름없는데.


잘해야만 인정받는 세상에서, 실력 없는 예술가는 결과물과 함께 존재마저 부정 당한다. 작품이 곧 예술가이니. 녀석이 그 수모를 버텨낼 수 있을지, 아이의 성장을 주어진 환경이 기다려줄 것인지….


작가 카슨 매컬러스의 말처럼 작은 재능은 신의 가장 큰 저주일까. 가능성에 중독되어 정신 승리로 삶을 연명하게 만드는.


‘아이야. 혹여 비극을 마주하더라도, 그 길을 선택한 자신을 미워하지는 마라. 그저 너를 속인 나를 원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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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_©Laura Makabres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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