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시월이다. 새해를 지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구름처럼 흐른다. 바라보면 더디 가고, 모르는 사이 훌쩍 달아나버리는.
금세 추위가 찾아오겠지. 낮보다 밤이 길어지고, 어디선가 캐럴이 울리면, 다사다난했던 2025년 또한 역사의 문을 열고 도망칠 것이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쌓여 나이를 먹는다. 마음은 꼬마였던 그때 그대로인데,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기적이다. 눈사람이 봄을 맞이한 것만큼이나 비극적인 기적. 어린 나는 죽음을 버틴 지금의 나를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나이 든 내가 좋다. 내일의 나를 이기려 들지 않는, 나이 든 내가 좋다.
여전히 병석을 오가는 나약한 몸이지만, 그다지 괴롭지 않다. 앞날이 불안하지도 않다. 거저 주어진 이 하루가 그저 고맙고 찬란할 뿐.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름다운 파랑새는 처음부터 곁에 있었다. 그대와 나. 그렇게 우리. 두 번 다시 없을 우리의 계절. 그 속된 꿈속에.
image_©Toulouse-Lautrec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_황인숙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