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배달하는 제자들이 걱정되고, 날이 가물면 농사짓는 꽃분 할미가 걱정된다. 우산 장수와 소금 장수의 부모처럼 날마다 염려를 달고 산다. 뒤집어 생각하면 매일이 행복하지 않느냐 하겠지만, 어디 그러한가. 일주일에 팔 일은 일해야 애오라지 살 수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니, 삼백예순다섯 날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새벽마다 의식을 치르듯,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동자를 떠올리며 그날의 무사 안위를 기원한다.
불평등과 부조리에 함몰된 우리의 인생은 언제쯤 구원받을 수 있을까. 언감생심 완벽한 낙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잠시나마 나의 사람들이 치열한 삶을 접고 티끌 없는 평안을 누리기를. 오늘도 기도하듯 편지를 쓴다.
행복은 단순하다
하루를 마치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는 것
애써 모른척하지 않아도
불안을 베개 삼지 않는 개운한 단잠
행복은 평범하다
그 소소한 일상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상일 뿐이라는
비극만 제외한다면
소중한 그대여
아프지 마오, 몸도 마음도
image_©Tomás Sánch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