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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케빈 Jan 26. 2023

뻔하디뻔한 연애를 하는
친한 동생에게.

똥이 된장인 것 같아 먹어보려는 아이에게 '그 똥은 된장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타당하고 논리적이다. 하지만 그 똥이 쾌락, 사랑, 식욕, 수면욕과 같은 자신의 통제 밖에서 오는 감각이라면 어떨까? 주변에서 아무리 똥이라고 한들 기어코 똥의 맛을 보게 될 테고, 그 통제 밖의 감각에 의해 그것이 똥인지 조차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른다. 애초에 된장이 어떤 맛인지 모르는 아이라면, 그 구별의 답은 더욱 혼미해져 결국 똥이 된장이 되고, 된장이 똥이 된다.


이상하고 오묘한, 이제 더는 정상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연애를 지속함에도 중립적인 조언들만 이어나갔던 것은, 짧다면 짧은 혹은 길다면 긴 그 연애 안에서 '아 똥 같은 연애, 뒤돌아 보니 진짜 더 똥 같구나' 하는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교훈을 얻는다면 그것 또한 인생의 계단 하나를 오른 것이니, 그 기회조차 친한 형이라는 이유로 뺏고 싶지 않아서였다. 근데 '된장의 고소함인 줄 알았던 그 연애가, 똥의 씁쓸함만을 남긴다면 이 아이의 특성상 앞으로의 연애에 대해서도 냉소적여지지 않을까'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친한 동생 걱정보다, 그 아이가 좋아한다는 그 '똥'을 이해해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으레 가정사가 불우했다면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정들을 가지고 와 그 똥에 대해서 합리화해보려 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선입견과 편견, 혹은 그 비슷한 모든 것을 가져다 버린다고 해도 결국에 답은 같았다.

모든 언어에 자기방어 기제를 사용하며, 사회적이지 않고 과거에 얽매며 자신의 것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것이 소중한 지 모르는 사람이다. 연애를 자신의 과시 혹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 사용하며, 자신의 과거도 현재의 자신을 미화하거나, 타당성을 주기 위해 언급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나 이렇게 나쁜 사람 아니고, 내 애인이 이렇게 별로예요'라는 주제로 몇 시간을 떠들던 사람이다. 우리 커플에게는 예의상 물어볼 법한 '얼마나 만나셨어요?' 같은 아이스브레킹조차 없었으면서 말이다. 애써 동의하며 친한 동생이 잘못이라고 맞장구 쳐줬지만, 글쎄. 그 둘만 모르나 보다.


애인이 있으면서, 애인을 물색하는 장소에 가고 소개팅어플에 최신 사진을 업로드 하며, 인스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접속하는 사람. 그저 단순한 SNS인 인스타도 자신의 이상형인 사람을 잔뜩 팔로우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처음에도 몇 번이고 그 사람은 별로인 것 같지만, 네가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네가 좋다면 응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똥과 된장을 구별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그 아이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맛을 본다고 한다. 물론, 이것조차 예상했던 결과고 이 또한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아마 다음에 바람을 핀다고 해도 그 문제 상황에 맞닥들이기 싫어, 그 똥의 핑계 혹은 논점 흐림 혹은 가스라이팅 혹은 즙짜기에 냉큼 넘어가 똥의 맛을 된장으로 착각하고 살아갈 것이다. 자신의 소비 계획을 세우는 사소한 일조차 어떠한 큰 결심이 일어야 쓰는 아이인데, 이별 같은 큰 결심을 지 스스로 할 수나 있을까.

어떤 사건을 어물쩡 넘기기 위해 만들어 낸 거짓 약속과 다짐은 또 다른 비밀을 만들고 또다른 약속을 낳으며 또다른 실수를 범한다. 자신의 잘못을 쉬이 용서받았을 경우, 그 잘못을 또다시 저지를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 똥은 '헤어질 수 있다는'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더욱 자신의 자존감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찾아나설 터. 개는 결코 똥을 끊을 수 없다.


우리 커플도 처음엔 우리 일처럼 분개하고 따로 대화하며 그들을 걱정했지만, 그 똥이 소개팅어플 사진을 업데이트했다는 말을 듣고도 둘 다 하나도 충격이 아닌 것을 보니, 그 똥내가 워낙 고약했나 보다. 나중에 바람 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대수롭지 않을 것 같다. 처음에 '그 사람 이상해'로 시작했었던 우리는, 요즘 '우리 동생 이상해'라는 대화로 변하고 있다. 그 고약한 똥내가 결국 네 입에 잔뜩 묻어, 너도 같은 똥내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있구나.


'연애'라는 허울 안에 이성을 잃고 똥을 마구 퍼 먹고 있는 그 친한 동생에게, 며칠 간 고민을 해보고 이 글을 보이려 한다. 선제야, 넌 지금 마치 술 먹고 옆을 보지 못하고 폭주하는 그때의 너 같아. 한 발자국만 멀리서, 너희의 연애를 객관적으로 바라봐. 똥을 마음껏 퍼먹은 너의 입에서 나는 그 악취가, 이제 너와의 시간들조차 즐겁지 않게 만들어. 똥통에 빠져 너조차 그 '똥' 자체가 되기 전에 하는 정말 마지막 조언이야. 내가 이 이상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가 되면 그건 정말 너도 그 똥이 되었을 때인 거야.

정말 마지막으로 간곡히 말할게.


"그거, 된장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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