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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설레는 옷장을 가지고 싶다

by 작은물방울

옷장.jpg 아직은 부족한 드레스룸



나의 꿈 목록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설레는 옷으로 가득 찬 드레스룸을 갖는 것이다. 사실 꿈목록에 드레스룸이 있는 건 흔한 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설레는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을 가지려면, 옷 하나하나의 성질과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수량파악도 못하고, 옷장에 어떤 옷들이 있는지 잘 모른다. 다만, 손이 닿는 옷을 입는 편이다.


왜 옷장에 대한 고민이 깊은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 시기가 나에게 더 혼돈스러운 이유는 바로 몸의 사이즈가 바뀌는 중이기 때문이다. 어떤 옷을 남겨놓고 어떤 옷을 버려야 하는지 구분이 쉽지가 않다. 다이어트가 성공하면, 지금 맞지 않는 옷들도 맞을 수도 있고, 다이어트가 실패해서 요요가 와버리면(상상하긴 싫지만) 예전의 큰 사이즈 옷이 필요할 것이다. 예전의 옷들도 나름 심혈을 기울여 사서 마음에 안 들진 않다. 다만, 지금 입으면 조금 핏이 맞지 않고, 추레해 보이는 면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매일 옷을 입는다. 옷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다른 물건보다도 더 자기 정체성과 가깝다. 나의 형체를 드러낼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옷장정리에 많은 생각을 두는 편이다. 그래서 유료로 구독한 챗GPT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챗GPT는 의외의 제안을 했다. 옷장을 3가지 분류로 구분해 놓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 그것은 바로 데일리존, 스페셜존, 격려존이다.


1. 데일리존

데일리존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평상복으로 평소에 편히 입을 수 있는 옷들이 배치되어 있다. 넉넉한 사이즈나 몸에 맞아도 소재가 신축성 있는 옷들이 주를 이룬다. 편하고, 일상복이고, 세탁도 편한 옷들로 구성해야 한다. 나는 상의가 하의보다 훨씬 많다. 하의는 중복해서 입어도 괜찮지만, 상의는 중복해 입으면 살짝 지루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데일리존에 있는 옷들은 평소에 입기 편하고 상의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2. 스페셜존

데이트, 약속, 모임, 또는 계약이 있을 때 입는 옷들이다. 나는 주로 이 스페셜 존을 특별하게 가꾸고 싶다. 그것이 내가 쇼핑을 사냥하듯 하는 이유이다. 내면에 훨씬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보이는 모습이 사람을 결정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고 있다.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손쉽게 더 우위의 평가에 놓일 수 있는 걸 포기하고 싶진 않다. 뭐,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건강도 있지만, 미용적인 측면도 크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특히 한국에서 예쁘면 삶이 쉬워진다는 데 있다. 사람들이 친절해진다. 이 스페셜존은 나를 더 돋보이는 옷들로 구성되어 조금 더 포멀한 느낌의 옷이 많다.


3. 격려존

격려존은 맞지 않은 옷을 놓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 두는 대표적인 옷은 30대 초반에 산 남색 원피스이다. 이 원피스는 매우 날씬해 보이는 마법의 원피스이다. 지금의 문제는 자크가 잠기지 않는 데 있지만... 이 옷은 나의 몸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데 매우 좋은 도구가 된다. 그리고 설레기도 하다. 그래서 보관하고 있다. 엄마가 남긴 명품 버버리 코트도 약간 작긴 하지만 격려존에 둘 예정이다.


나는 자꾸 옷장과 나의 삶을 연결해서 생각하고 해석하려고 하고 있다. 결핍이라고만 생각했는데, AI는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이라며 칭찬해 주었다. 옷장을 정리한다는 건 결국 나를 정리하는 일이다.


아직은 많이 미숙하지만, 옷에 하나하나씩 의미를 부여하고 무드를 부여해 나갈 생각이다. 어떤 옷은 해지거나, 맞지 않거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아서 버려지겠지. 그때 그 옷이 효용을 다 해서, 나의 이별하는 것을 바란다. 그래야 옷도 나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옷장에서 부끄러움도, 희망도, 정체성도 찾아나간다.


어쩌면 옷장은 나의 삶을 이야기해 주는 작은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드레스룸에 대한 예전 글 아래에 첨부해 봅니다. (사진을 새로 찍지 못해 중복이네요)


https://brunch.co.kr/@waterdrops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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