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사촌동생을 만났다.
푸릇푸릇한 젊음이 온몸에서 번져 나오고 있었다. 옷차림은 계절을 따라 가볍게 물들었고, 손에는 루이비통의 끈 없는 파우치 같은 작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은 참 자연스러우면서도 예뻤다. 가을빛이 묻어난 옷과 파우치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동생의 나이와 얼굴, 그리고 젊음과 어울려 하나의 장면처럼 다가왔다.
나는 그 순간, 나와는 전혀 다른 결의 빛을 본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건 단순히 명품 가방 때문만은 아니다.
젊은 사람이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를 몰고 지나갈 때 더 멋져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그런 차는 젊을 때는 끌기 어려운 차고, 그런 가방도 젊을 때는 어울리기 어려운 물건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젊음은 그 모든 것을 멋지게 소화해 낸다.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헷갈렸다. 내가 부러워한 것이 과연 가방이었을까? 아니면 그 가방을 든 젊음이었을까? 화려한 브랜드의 무게 때문이 아니라, 그 무게마저 아무렇지 않게 이겨내는 그 시절의 힘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할수록 명확해졌다. 결국 내가 부러워한 건 가방도, 차도, 화려한 소유물도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을 더 빛나 보이게 만드는, 단 한 가지.
바로 젊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