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벽지'를 듣고 떠오른 단상들
https://www.youtube.com/watch?v=xgqXNZiDGQA
새벽에 우연히 이 곡을 접하고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 곡을 <비밀은 없다>(2016)에서 딸내미 민진이로 출연했던 신지훈이 불렀다니 한 번 더 놀랐다.
아 맞다, 이 분 노래도 잘했지. K팝스타에도 나왔었고. 그런데 한 가지 더. 신지훈이 작곡, 작사, 편곡까지 다 한 곡이라고.
그런데 심지어 가사도 잘 써.
작은 방 뭐라도 해내라하네
안개처럼 떨치기 힘든 내 마음
결국 행복하려 아픈 반복이라고
천천히 깨우쳐가요 난
신지훈은 나한테 K팝스타에 나왔던 꼬맹이로 기억한다. 피겨도 잘하는데 또래 답지 않게 노래도 잘했던. 특히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서 트레이닝받은 느낌이 아니라, 단단한 음색과 깊은 감성으로 덤덤하게 노래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녀를 잊고 살다가, 나의 애착감독 이경미의 <비밀은 없다>에 출연해서 좀 놀랐다. 이 당시 이경미는 K팝스타를 보다가 아련한 음색이 좋아서 섭외했다는 식으로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나는 거의 확신하는 게, 이경미가 그녀를 몰래 자신의 어린 시절의 한 조각을 담아낼 뮤즈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일단 동그란 얼굴에 장난스러운 입매까지 외모가 너무 닮았다. 게다가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소녀스러운 감성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경미는 작품에서 자기애가 굉장히 느껴지는 감독인데, 영화에 어딘가 자신과 한 군데 닮은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는 하니 자신과 닮았다는 점은 충분히 섭외 이유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연 자체보다 놀라웠던 건 신지훈이 민진 역을 꽤 잘 소화해냈다는 사실이었다. 연기 자체를 테크니컬 하게 잘한다기보다는 '소녀스러움 + 발랄함 + 외톨이 + 잔인함'이 버무려진 느낌을 너무 잘 살렸다. 그리고 이 느낌을 맛깔스럽게 잘 살려내는 것은 이경미의 작품 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다. <미쓰 홍당무>에서 서종희 역을 맡았던 서우가 그랬듯 말이다. 신지훈은 연기 경력이 없음에도 본능적으로 이 느낌을 찾아내서 자기 몸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그 후에 '더 유닛'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온 것 같은데, 이건 안 봤지만 아마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고 종종 출연하는 것 같다. 재능이 많아서 아이돌을 지망해도 어느 정도 결과는 내겠지만, 본인에게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싱어송라이터를 하는 동시에 아이돌 판에서도 활동하는 아티스트도 있지만, 신지훈은 그보다 훨씬 성숙한 느낌이라 굳이 아이돌이나 그룹 활동을 고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경험을 쌓을 겸, 오디션도 볼 겸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보아하니 요즘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도 있고, 거기서 자작곡이나 다른 곡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다. 자기 방에서 진짜 꽃무늬 벽지를 배경으로 원피스나 티를 가볍게 입은 채로 기타를 치면서 소곤소곤 노래를 부르던데. 가벼운 화장에 부스스한 머리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생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치며 포크송을 부르던 옛날 감성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잔나비도 그렇고 올드팝의 감성을 품고서 요즘의 음악을 새로 만들어가는 아티스트들을 계속 나온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0IpcEB9X-k
신지훈은 말하자면 감성천재라 가진 감성이 섬세하고 또 그걸 스스로 잘 감지하는데, 머리도 좋고 목소리 등 피지컬까지 받쳐줘서 여기저기서 재능을 발휘하는 케이스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결이 다르지만 아이유 생각도 살짝 나고. 연기나 음악 어느 쪽이든 잘 될 수 있는 재능이 넘치니 본인이 하고싶은 대로 다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