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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Aug 06. 2024

입 뒀다 뭐 하세요?

말로 하라고

얼마 전 오랜만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갔다.

가 본 분은 알겠지만 엘리베이터에 차곡차곡

카트 5개까지 함께 탈 수 있는데, 그 시간에는

한산해서 나와 합해 세 대의 카트만 탑승했다.


4층 주차장에서 아래로 내려오는데 3층에서

섰다. 카트 방향 때문에 엘베 벽을 보던 나의

등 허리 쪽을 누가 살짝 찌르는 느낌에 놀라서

뒤를 돌자, 트레이더스 중년 남직원이 커다란

카트를 끌고 들어오려다 나에게 좀 비켜달라

찌른 것이었다. 짧은 순간 일단 한쪽으로 비켜

섰지만 기분이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어 한마디

하려다 손을 보니, 손에 종이를 하나 쥐고 있다.


'저 종이로 찔렀군'


종이로 찔렸으니 괜찮은 건가? 어이가 없었다.


'왜 이렇게 매너가 없지?'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이 세상에 너무 많다.

진짜 한 마디 하려다, 그냥 참았다.


입이 없냐? 말로 해


입은 뒀다 뭐 하려고 종이로 찌르나.

종이의 용도는 남 허리 찌르기가 아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다고?

내가 알려주겠다.


난이도 하 : 저기요~

난이도 중 : 들어갑니다~

난이도 상 : 실례합니다~


상중하 모두 아주 쉽다.


모범 답안 : 카트 들어갑니다, 자리 좀 내주세요~



격이 보인다


사람을 카테고리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나

'격 떨어진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말버릇과 손버릇을 보면 격이 보인다.

당신의 무심코 나오는 무의식적 행동에 말이다.



기본 매너


러시아에 오래 살았지만, 한 번도, 내 어깨라도

건드린 남자는 지나가다가도, 어디에서도 없었다.


공산주의 때부터 질서 잡힌 건지 문화의 발달로

그랬던 건지 이유가 무어든 걸을 때조차 편하다.


예로, 지하철 통로나 길거리 인도에 우리나라는

사람이 많을수록 서로가 서로를 피해야 하지만,

러시아는 대개 우측통행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군중과 부딪히거나 피할 동선이 훨씬 적어진다.


지하철 내부가 만원일 때 내려야 하면 러시아는

미리 "다음에 내리시나요?"가 매우 자연스럽고

안 내릴 거면 문과 가까운 자리로 서로 비켜준다.


역시 사람이 만원일 때나 내 앞을 가로막았을 때

누구도 손으로 사람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으며,

"실례합니다" 또는 "죄송한데요"를 말하면 된다.


더욱이, 실수로 누군가의 발을 밟았거나 걷다가

어깨로 어깨라도 부딪혔다면, 반드시 사과한다.


모스크바에 사는 동안, 불필요한 신체접촉이나

작은 실수 또는 실례로 사과를 받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감사와 사과가 즉시 이루어진다.


그런데 한국 지하철에서 어떤 여자가 내 신발을

꾸욱 밟았을 때, 쳐다봤더니 민망히 웃기만 했고

급히 가다 내 어깨를 쳤지만 돌아보지도 않았고

뒷사람 찌를 각도의 우산도 심심치 않게 피했고

장 보러 가자 직원이 종이로 찌르기에 이르렀다.


있을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는구나 싶은, 자신이 역시 아직인가 싶고.

(여기에서 얼마나 더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건가) 


부탁이니 말 좀 하자


미안하면 미안하다,

감사하면 감사하다,

실례면 실례합니다,

입에 안 붙으면 "저기요" 하자.


 을 올바로 사용하자.




이번엔 내가 참지만..

그러현장에서 즉시 말로 찔러주겠다.

라고 적고 나니 나 좀 무서운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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