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글
- 조용필 정규 16집 Album 'Eternally' 중 6번 트랙 '바람의 노래' 분석
□ 개요
1. 아티스트: 조용필
2. 작사: 김순곤
3. 작곡: 김정욱
4. 발매일: 1997. 5. 1.
□ 분석
1. 기존 곡 콘셉트 및 느낌 / 방향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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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평등하다. 또 바람은 세상 모든 존재들에게 평등하다. 바람은 세상 모든 존재에게 차별 없이 평등하게 불어오기 때문이다.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동식물 그리고 자연의 얼굴을 잠시 스치고선 그저 지나쳐 버린다. 귀한 존재라고 더 오래 머물지 않으며 천한 존재라고 덜 머무르지 않는다. 고로 바람은 어떤 것보다 더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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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아래로 세차게 불어 내리기도 하고, 아래에서 위쪽으로 과감히 불어 올라가 버리기도 한다. 계급을 나누지 않는 바람은 그 어떤 것보다 더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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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우리 모두에게 불어오는 것이지만 바람을 맞는 모든 존재는 이것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인다. 더위에 지친 이에게는 상쾌함을, 추위에 떨고 있는 이에게는 더 큰 시련으로 받아들인다. 혹은 바람이 분노할 때면 돌풍이 되어 그 자리를 모두 휩쓸어 버린다. 모든 것이 휩쓸려 간 그 자리를 살아남은 사람들이 황망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이렇게 같은 바람일지라도 전하는 메시지는 모두에게 다르다. 바람의 뜻을 듣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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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지금 이 시각에도 어디에서 어딘가로 불어간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지만, 그것을 느끼는 순간 그 바람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존재를 알고, 느끼며 그저 이를 해석할 뿐이다. 이 음반은 불어오는 바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상상했다. 작사가 김순곤이 듣고 이해한 바람의 노래는 무엇인지 한 번 지켜보도록 하겠다.
2. 원곡의 가사 및 분석
1) VERSE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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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2) VERSE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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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바람을 느끼고 있다. 노래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노래로 들리지는 않는다.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기쁨, 슬픔, 만남, 이별 모든 것이 음악처럼 아름다워 보일 때도 있지만 이따금씩 불협화음처럼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바람은 언제 찾아와서 언제 또 떠나버릴지 모른다. 어떤 날은 강하게, 어떤 날은 또 약하게 우리를 그저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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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좇는다.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 질 좋은 옷, 깨끗한 피부 등 본능적으로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인지 알고 있고,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아름다움만을 바라본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멋진 풍경도 언젠가는 세월에 풍화되고, 맛있었던 음식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금방 상해버리고, 질 좋은 옷도 오래 입으면 금세 해지고, 깨끗한 피부도 나이가 듦에 따라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사람의 전성기가 청춘이듯 식물의 전성기는 꽃이지만, 아름다웠던 꽃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저버리고 그 자리에 전혀 다른 형태의 결실을 맺는다. 아름다움만 추구할 때는 결코 알 수 없다. 언젠가는 모두 끝난다는 것을. 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 가듯, 우리네 삶도 하루하루 저물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하루하루 저물어가고 있지만 당최 왜 저물어가는지는 알 지 못한다. 알 수 없는 시간의 파도에 그저 앞으로, 앞으로 떠밀려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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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 늘 궁금하다. 왜 세상의 이치라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미숙할 때 강한 힘과 생기를 주는 것이며, 세상의 법칙에 대한 작은 지혜를 얻을 때 즈음에는 그 힘과 생기를 빼앗아 가는지. 지금보다 세상을 조금 더 알게 될 때 우리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이유를 알게 될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하릴없이 본체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아만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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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평등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노래를 과연 들을 수 있을까. 평등하다는 바람은 다양한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 불어온다. 우리 삶에는 기쁨과 행복만을 추구하기도 늘 바쁘지만, 삶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벽을 마주치게 될 때면 우리는 그 앞에 서 한참이나 서성여야 한다. 시련이 있어야 성장한다는 것을 우리 자체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그 상황에 닥치게 된다면 눈앞은 아득해진다. 바람은 왜 이리 세차게만 불어오는가 싶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아니라 왜 이리 세차게만 부는가 싶고. 지나고 나면 결국은 우리 삶의 자양분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고통 앞에 나약하다. 언젠가는 실패와 고난에 익숙해져 이것의 뜻을 진정으로 알아챌 날이 올까. 그 불협화음을 노래로 들을 수 있을까. 아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3) VERSE_1-2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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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4) VERSE_1-2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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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상 누군가와 반드시 소통하고, 살을 부대끼며 지내야 한다. 늘 누군가와 같이 살아가는 만큼, 우리의 관계는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꽃이 피면 언젠가 꽃이 지듯, 우리의 관계도 끊임없이 폈다가 진다. 꽃이 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비로소 헤어짐을 느낀다. 만남이 얼마나 중한 것인지 알기에 우리는 관계에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래알을 손에 쥐듯 관계는 모두 손 틈 사이로 날아가 버린다. 우리가 만났던 시간, 나누었던 대화는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왕조의 실록처럼 역사에 남는 것도 아니고, 그저 증발해 버리고 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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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계 속에 깨달음을 얻고 또 성장한다. 대화를 통해 느낌 것들은 뇌리에 남고, 그것을 되새기며 아주 조금씩 성장한다. 관계는 날아가 버렸을지라도, 그가 해준 말과 그와 보냈던 시간은 늘 우리 안에 남아있다. LP 판의 틈 속으로 음원이 저장되듯 그와의 추억이 우리 생각 틈에 기억되는 것이다. 인연은 가버리지 않고 내가 담을 수 있을 만큼 그저 내 안에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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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셀 수 없이 불어오듯이 사람과 만남도 마치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아친다. 인연이 불어오는 그 노래를 온전히 소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는 헤어짐을 겪어야 했던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일까.
5) PRE CHORUS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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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 뿐이야
6) PRE CHORUS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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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젊음은, 아름다움은 왜 잃어버려야 하는 것인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연은 또 멀어져야만 하는 것인지 우리는 당최 알 수가 없다. 알지 못한 채 그저, 그저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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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안다"라고 이야기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델파이 신전에 '소크라테스보다 현명한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그 자리에서 '아니'라는 간결한 신탁이 나왔다. 이를 전해 들은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당대의 유명한 소피스트들의 현명함을 시험해 보고 다닌다. 이에 소크라테스가 내린 결론은 "난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저들은 저들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가장 현명한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아는 척하며 살아가는 철학자에게는 질문을 계속해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질문을 중심으로 상대방에게 깨달음을 주는 방법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산파술이라고 부른다.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눈 상대방은 산파술을 통해 이내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개념이 사실은 오류가 있는 개념임을 깨닫게 되고, 당황하거나 화내거나 부끄러워하게 된다. 결국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결론에 다다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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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만남, 헤어짐, 성공과 실패는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가.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우리의 지식은 너무나도 짧다.
7) 후렴_1-1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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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8) 후렴_1-1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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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느낀 바람은 실패와 고뇌가 따라오는 매서운 바람이었다. 바람을 수없이 맞은 화자가 내린 결론은 우리 삶에 실패와 고뇌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고, 늘 꿈꿔왔던 영원한 원더랜드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실패와 고난은 다양한 얼굴로 다가오기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은 각기 다를 것이다. 다만 그 해결법을 찾는 방법론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결론이다. 나의 자력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도, 타인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겠다. 결국 자신을 비롯한 누군가의 힘이 있어야 실패와 고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힘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가 내게 쏟아주는 애정 그 모든 것을 일컬어 ‘사랑’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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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동시에 우리를 지탱할 수 있게 만드는 힘, 그 이름 사랑. 그저 살아가는 방법만 아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그 몸짓, 사랑. 우리 삶에 어지러이 얽혀 있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이 사랑이라면, 화자는 그 실마리를 과감히 당기겠노라 다짐한다.
9) VERSE_2-1 가사(*VERSE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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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10) PRE CHORUS_2-1 가사(*PRE CHORUS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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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 뿐이야
11) 후렴_2-1 가사(*후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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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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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가며 느끼는 것은 단연 우리 삶에 사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살리 우리를 살아있게 하고, 우리 삶에 덮쳐 오는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아주 간단한 진리처럼 보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 많은 것을 해결한다.’는 명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