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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韓잔 사케日잔-165: 오쿠노카미(屋守)

한국무역협회 투고 : 백 예순다섯 번째 이야기

by 재미사마 jemisama

오쿠노카미 (屋守, おくのかみ)

- 토시마야 주조,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시

- 메이지신궁, 칸다묘진에 봉납하는 토시마야의 대표적인 브랜드

- 토시마야는 리타, 킨콘, 오쿠노카미 라인업 전개

- 도마뱀붙이속인 야모리로 읽히기 쉬운 브랜드로 라벨에 일부러 야모리를 넣기도 함



일반적으로 지자케(地酒)라 함은 생산량에 한계가 있거나 여타 이유로 대량 유통이 안되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지지 못해 그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로컬 사케를 말합니다. 참고로 맥주도 Craft Beer 또는 수제 맥주라고 표현하는데 이 역시 일본에서는 지비루(地ビール)라고 합니다. 그래서 도쿄에서는 전국적인 사케를 대부분 즐길 수 있지만 지자케만큼은 출장이나 해당 지역에 여행을 가야만 만날 수가 있습니다. 지방으로 가서 그 지역의 향토음식과 그 지역의 지자케를 즐기는 것은 작은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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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쿄의 지자케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도쿄에서만 맛볼 수가 있고 여타 지역에서는 즐길 수가 없는 사케 말입니다. 전국 47 도도부현 모든 곳에서 생산되는 사케의 기준에서 보면 당연히 도쿄에서도 지자케가 존재합니다. 도쿄도(東京都)는 23개의 구와 26개의 시와 여러 개의 쵸(町), 손(村)이 존재하는데 일반적인 도시 개념인 23구에는 지난번 소개드린 에도카이죠를 포함해서 도쿄도에는 모두 10개의 양조장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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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토지방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시

양조장 견학이 가능하고 주위 경관이 훌륭한 사와노이, 타마지만 등도 있는데 오늘은 도쿄에서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오쿠노카미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오쿠노카미는 그 읽는 방법에서부터 일본인들도 혼란스러워합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일본어는 읽는 방법이 여러 개가 있을 수 있고, 해당 단어 및 브랜드를 읽기만 해도 전문가로 여겨지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이 오쿠노카미도 읽기만 해도 이미 일본어 및 사케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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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노카미는 한자로 屋守라고 쓰는데 일반적인 일본인이라면 '야모리'로 읽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짐작할 수 있는 의미는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뉘앙스로 해석할 수 있고 또 '도마뱀붙이속'이라는 야모리(ヤモリ)의 한자가 이 한자라고 추측 가능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동물 야모리의 한자는 家守, 또는 守宮로 전혀 다른 글자를 쓰고 있습니다.


오쿠노카미는 토시마야(豊島屋)에서 屋를 따오고, 일본어에서 지킨다는 의미인 守를 넣어서 토시마야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도록 번영을 가져오는 사케를 양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유래된 네이밍이라고 합니다.

오쿠노카미와 이름이 비슷한 도마뱀붙이속(야모리)은 집안의 행운과 번영을 상징해서 오쿠노카미의 일부 라벨에는 이 도마뱀붙이속이 그려져 있습니다.

sake_okunokami_1.png 집안의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도마뱀붙이속(야모리)이 그려진 라벨

이 오쿠노카미를 생산하는 토시마야 주조는 생각보다 상당한 역사를 가진 노포입니다. 무려 1596년에 도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칸다 지역에서 초대 토시마야 쥬에몬(豊島屋 十右衛門)씨가 창업을 했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지금 청주(사케)의 기초가 되는 시로자케(白酒)를 양조했습니다. 아주 쉽게 설명하면 술덧을 짜내지 않은 막걸리와 같은 형태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토시마야는 양조장의 술을 취급하는 주판점의 역할과 가게 내에서 한잔씩 걸칠 수 있는 잇빠이노미야(一杯飲み屋)를 운영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이자카야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쿄 중심의 칸다에서 지금의 히가시무라야마로 양조부문이 분사해서 이전한 것은 쇼와시대의 일로 약 100여 년 전의 일입니다.

image-removebg-preview (21).png 지금도 토시마야에서는 시로자케를 생산

그리고 '산이라면 후지산, 시로자케라면 토시마야'라는 말이 유행될 정도로 양조에 있어서는 엄청난 존재였으며 에도시대의 풍속화인 우키요에의 대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그림에도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이 우키요에에는 사케 브랜드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계보를 가졌으며 에도에서 가장 유명했던 켄비시와 함께 토시마야가 등장합니다. 전국시대의 무사에 비유한 과자와 떡 진영과 주류 진영을 그린 그림인데 주류(酒類) 진영의 대장이 켄비시로 표현되고 그 바로 옆에 토시마야가 그려졌습니다.

toshimaya.png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우키요에에서 켄비시(하)와 토시마야(상)가 등장 - 아베마 인용

현재 토시마야의 대표 브랜드는 킨콘 마사무네와 리타, 오쿠노카미입니다.


킨콘 마사무네(金婚正宗)는 메이지 신궁과 일본 3대 마츠리 중 하나인 칸다마츠리를 주관하는 칸다묘진에 봉납되는 도쿄 및 일본을 대표하는 사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메이지 일왕의 은혼식을 기념해서 지어진 네이밍이 킨콘입니다.

kinkon.png 메이지 일왕의 은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킨콘

리타(利他)는 한자에서 보이듯 자신보다 남의 행복을 추구하는 브랜드입니다. 차게 마시면 부드럽고 데우면 풍미가 더해지는 식중주입니다. 대지의 은혜에 감사하는 금줄을 테마로 한 라벨이 인상적입니다.


오쿠노카미는 '향긋하고 부드러운 맛'을 콘셉트로 하여 전량을 여과와 가수를 하지 않으며 병으로만 저장하는 고급버전입니다. 히가시무라야마 대지(台地)의 150M 깊이의 우물에서 끌어올린 물로 양조하고 있으며 수작업으로 정성스럽게 빚어집니다.


히가시무라야마시로 이전하고 나서 4대째 사장인 타나카 타카하루 씨가 전국적인 사케가 도쿄로 모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도쿄의 지자케를 전국으로 유통시키는 것을 목표로 2002년에 출시한 브랜드가 바로 오쿠노카미입니다. 과일 향이 강하게 나고 프루티하며 최근의 트렌드에 아주 부합하는 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toshimaya-edo_780-520_14.jpg?width=400&fit=clip&fmt=webp 토시마야 주조의 3대 브랜드인 리타, 킨콘, 오쿠노카미

참고로 토시마야는 토시마야 주조가 있고 토시마야 본점이 있는데 분리된 회사로 이해하면 됩니다. 토시마야 주조는 4대째 타나카 타카하루 사장이 현재 주조를 중심으로 가업을 이어오고 있고 본점은 1596년부터 이어온 사케판매를 중심으로 한 회사로 16대째 요시무라 토시유키 사장이 가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1940년대의 도쿄 대공습 때 소실되었던 판매점을 현재 도쿄 시내에 새로이 오픈하여 시음회 등을 주최하고 있습니다.


토시마야 주조는 일본의 근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시무라 켄 씨로 유명한 히가시무라야마시에 자리 잡고 있으며 거의 매주 양조장 견학을 개최하고 있어 한번은 주말에 견학과 시음을 위해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면 오쿠노카미를 비롯한 토시마야 주조의 대표적인 라인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오쿠노카미 쥰마이긴죠 오마치 무쵸세이

볼륨감을 좋아하는 팬에게 추천하는 사케로 열처리해서 반년정도 숙성하면 더욱 깊은 맛이 살아남

특정명칭 : 쥰마이긴죠

주조호적미 : 오마치

알코올도수 : 16%

정미비율 : 50%

페어링 : 도미구이, 하루마키, 스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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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노카미 쥰마이긴죠 무쵸세이 히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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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거주 18년, 사케 소믈리에, 니혼슈검정, 도쿄시티가이드, 여행지리검정, 관광특산사 보유하고, 2400여 개의 사케를 마시며, 일본전국 제패한 경험으로 일본 문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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