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어?”
루키가 희경을 향해 소리쳤다. 모든 사람이 홈즈에게 달려갔다.
“으악!”
민정이 소리를 질렀다. 총 맞고 쓰러졌던 홈즈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일어나 말했다.
“죽은 사람도 범인이오. 공포탄 정도 쏘는 건 쉽겠지요?”
경감은 이마에 땀을 닦으며 홈즈에게 물었다.
“그냥 말하면 되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소? 죽은 자가 범인이다?”
“죽은 자의 손에서 화약 성분과 혈흔이 나왔습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한 남자가 허드슨 부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들어왔다.
“홈즈, 나랑 같이 가줘야겠어!”
뒤이어 검은 옷을 입고 총을 든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모두의 얼굴에 검은 주머니를 씌웠다. 온몸을 묶어 마차에 짐처럼 던져 넣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인재가 정신이 들었을 땐 엄청난 물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앞은 깜깜했지만, 소리만큼은 대단했다. 바람이 살짝 불 때쯤 머리에 씌워진 게 벗겨지며 주변이 환해졌다. 런던의 풍경은 사라지고 대자연의 풍광이 눈앞에 보였다. 인재는 거대한 폭포의 꼭대기에 서 있다는 걸 직감했다.
“오랜만이군.”
“누구?”
“민정이를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왜 또 이렇게 위험한 곳에 데리고 온 건가?”
“영래씨? 영감님 찾으러 온 거라고요! 민정이도, 저도.”
“난 이미 여기 갇혀서 도망갈 수가 없어.”
“갇히다니요?”
“또 다른 나를 보았나?”
“제정신이 아닌 영감님도 있다는 건 아는데 보진 못했어요.”
“그놈은 이미 여기와 현실 세계를 마음대로 오고 가고 있네.”
“마음대로 오고 간다고요?”
인재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누군가가 떠올랐다. 소설의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준 사람. 결국, 그 사람을 믿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꼬여 여기에 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잠시 후 다시 얼굴에 검은 주머니가 씌워졌다.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홈즈의 목소리도 들렸다.
“부인!”
“공포탄 정도 쏘는 건 쉽지 않겠어? 다음엔 진짜 이 여자가 죽을 테니 그냥 뛰어내리지 그래? 홈즈?”
홈즈가 민정에게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네. 왓슨.”
허드슨 부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 돼요. 홈즈. 제발!”
인재는 엔딩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뭔가 허전했다. 무영은 대체 어디 간 것일까? 이 세계에 있는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혹시 다른 세계로 간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총을 겨누던 사내가 귓속말을 했다.
“인사도 못 했지만 여길 빨리 뜨게나.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뛰어내리게. 셋!”
“아니, 하나, 둘은….”
어디선가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인재는 몸을 날렸다. 아래로, 아래로 계속 아래로 떨어진다. 이제 바닥에 닿을 때가 된 듯한데 계속이다. 이건 너무 오래다 싶을 정도가 되자 바닥에 닿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