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코타나가 뭐예요?”
“코타나는 별의 심장이야.”
“별의 심장?”
“그래, 시리우스는 지구 핵에서 추출한 코타나와 우주의 암흑물질을 이용해 에너지로 쓰고 있어.”
“암흑물질?”
“우리가 휴게소 이용료로 암흑물질을 가져다주거든.”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네요. 근데 코너 씨는 어쩌다 여기 갇혔어요?”
“아, 규칙을 어겨서.”
“무슨 규칙을 어겼어요?”
“우주선이 지상의 지구인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스텔스 기능을 켜야 하는데 깜빡했지 뭐야.”
“아, 스텔스. 들어봤어요. 여기 시리우스에도 지구인이 있나요?”
“그럼, 인구가 만 명도 안 되지만 그들도 지구인이야. 지상보다 150년은 앞선 과학기술을 갖고 있지.”
“헐, 진짜요?”
해루는 그렇게 한국말을 하는 외계 생명체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혹시 그들이 엄마, 아빠를 봤는지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망한 해루에게 미카가 말했다.
“해루, 내가 여행자 센터 건물 앞에서 만났던 여자가 너희 부모님을 본 것 같아.”
“정말요? 어디서요? 언제요?”
“그게 슬리피라는 여행자를 따라 피스…미스…인가? 하는 곳으로 갔다고 했어.”
미카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미스터 코너 씨가 놀라며 말했다.
“슬리피? 그 녀석을 따라 피스미스로 갔다고?”
“아는 사람, 아니 아는 생명체인가요?”
“슬리피는 유명한 코타나 사냥꾼이야. 여기 있는 생명체의 모든 죄를 다 합쳐도 그 녀석은 못 따라가지.”
“네? 엄마, 아빠가 그렇게 나쁜 놈에게 잡혀간 거예요?”
“놈은 생명체를 매혹 시키는 능력이 있어. 나도 그놈에게 당한 적이 있지.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피스미스는 여기 시리우스의 시장 그러니까 해루와 미카가 만났던 할아버지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가 만든 정류장이 바로 피스미스 24-1이다. 태양계 여행자들은 백록담을 통해, 외부 은하 여행자들은 피스미스 24-1을 통해 여기 시리우스로 들어온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미카가 말했다.
“우릴 피스미스 24-1로 보낸다고 했던 거 같은데?”
“우주로 추방당하는 거야. 지구인이면 돌아오기 힘들걸.”
다음 날, 해루와 미카 그리고 코너 씨는 피스미스 24-1로 이동해 제리와 함께 추방선에 타게 되었다. 제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혀만 날름거렸다.
추방선은 정류장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고, 먼저 온 여행자들이 자신의 우주선에 올라 하나둘씩 외부 은하로 워프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어디선가 우주선 한 대가 나타나 정류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본 코너 씨가 외쳤다.
“저 문양은? 슬리피의 우주선이다!”
쑥대밭이 된 정류장은 기능을 상실했고, 슬리피의 우주선은 코타나 에너지를 이용해 그들 앞으로 워프 홀을 만들어 달아났다. 그 와중에 추방선도 워프 홀에 빨려 들어가 버렸고, 알 수 없는 은하 어딘가에 내던져졌다.
추방선은 본디 추방이 목적이므로 따로 동력 장치가 없었다. 그저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게 유일한 기능이었다. 그때 추방선보다 10배 정도 더 큰 우주선이 나타나 추방선을 집어삼켰다.
그 우주선은 코너 씨의 친구이자 안드로메다에서 온 아몬드 봉봉의 우주선이었다. 아몬드 봉봉은 돌고래 머리에 팔이 넷, 다리가 셋이었고, 고글을 쓰고 있는 외계인이었다. 해루, 미카, 제리, 코너, 아몬드 봉봉 이렇게 다섯 생명체는 엄마, 아빠를 찾기 위해 또는 어쩌다 보니 그것도 아니면 복수를 위해 슬리피를 쫓게 되었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