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고객을 잃지 말자
안녕하세요.
심씨입니다.
일을 하던 중에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회사 내에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밖을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자주 들리는 소리인데 제가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건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익숙함이 가진 힘'이 얼마나 강한지. 사이렌의 본 기능은 위급상황을 알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주 잠깐의 주의도 끌지 못했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다행히 건물에 이슈가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사이렌이 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는 익숙함에 있습니다. 사이렌이 울렸지만 본인에게 영향을 준 적이 없었고, 반복되는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반응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인 사이에 많이 나오는 말이죠. 서로의 관계가 익숙해지면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결국 소중한 것을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에서요.
이렇듯 익숙함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나쳐버리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마케팅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에 따르면 마케팅과 익숙함은 거의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는 마케팅에 익숙함이 더해진다면? 그냥 지나치게 되겠죠. 효율이 잘 나오는 광고 소재가 있어도, 영원히 효율이 잘 나올 수는 없는 것처럼요. 마케팅은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변화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Brand New'와 'Old & New'. '완전히 새로운 것'과 '익숙함과 새로운 것의 조화'입니다.
말 그대로 새로운 시도입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한 번에 이끌 수 있는 방법입니다. 거리를 걷다가 새로운 음식점이 오픈을 하면,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요. 개인적으로 Brand New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한 브랜드는 단연 '젠틀몬스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웨어 브랜드이지만 '공간 브랜딩'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여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웨어를 만들어냈다. 제품이 전시되지 않은 플래그십 스토어부터 약 2년 반 동안 36번의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시도는 고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하지만, 새롭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일시적으로 많은 고객이 찾는 마케팅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고객이 다시 찾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마케팅 - 브랜드 - 제품/상품" 3개가 일치해야 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야 합니다.
'트렌드세터'에 가깝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래서 리스크를 조금 줄이기 위해 Old & New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합니다.
익숙함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너무 새로운 시도는 리스크가 있으니 익숙함을 활용하여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는 너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년간 KCC 광고가 정말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KCC는 건축자재부터 건설까지 의식주 중 '주'에 해당하는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입니다. (KCC 창호 = 창, KCC 스위첸 = 아파트) 하나씩 살펴보죠.
보통 건축 자재 마케팅은 '성능'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원재료를 사용하고, 성능은 어떻고, 어떤 인증을 받았는지 등.. 하지만 KCC 창호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광고를 레퍼런스로 삼아 핵심 카피를 재미있게 전달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유튜브를 검색해서 볼 정도로요. 조회수 약 900만을 기록했습니다. 기존과는 다르게 '코믹'을 컨셉으로 잡았지만(New), 그 소재를 이미 알려진 광고를 패러디하여(Old) 익숙하게 다가갔습니다.
KCC 스위첸 광고도 비슷합니다. 아파트 브랜드 광고는 보통 얼마나 잘 지었는지 보여주며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강조해 왔습니다. KCC 스위첸은 이번에는 '공감'을 컨셉으로 잡았습니다. 아파트가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는 것보다는 '아파트에서 사는 삶'에 집중했습니다. 프리미엄을 강조하지 않고 삶을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을 차용하면서(New), 현실 삶 그 자체 보여주며(Old) 익숙하게 다가갔습니다. 첫 번째 광고가 너무 반응이 좋아서 광고 시즌2가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두 개의 시즌을 합쳐서 7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요.
놀랍게도 두 가지 방법 모두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새로움'의 비중이 다를 뿐, 새로움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핵심은 '변화'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예시로 말씀드린 젠틀몬스터나 KCC도 현재에 만족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잊혀질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변화하려면? 마케터 역시 변화해야 합니다. 마케터로 성공했던 경험(전략이나 아이디어)이 어디서나 적용되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트렌드, 시장 현황, 타겟, 브랜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면서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시도해 보세요.
*KCC 광고 (KCC 창호 1개, KCC 스위첸 2개)
https://youtu.be/fZqatTLQouM?si=Cv9sPZva5IwdqePi
https://youtu.be/B0wcoNbqihc?si=ivpMF9Rb_oWxzH0J
https://youtu.be/-PiJlB3JJ9Y?si=tYcWrpXozq5k8X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