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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두세술 Feb 21. 2017

Would you erase me?

<이터널 선샤인>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이 끝난 후에 많은 사람들은 후회를 한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났다면', 심지어 '차라리 그 사람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해봤을 법한 이런 후회와 바람으로 시작된다. 지루하고 소심한 남자 조엘, 머리색처럼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말 많은 여자 클레멘타인. 전혀 다른 두 남녀는 아름다운 사랑에 빠지지만 여느 커플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며 서로에게 소홀해진다. 결국 감정적인 클레멘타인은 조엘과 함께한 시간을 지우는 선택을 하고, 그 사실을 안 조엘 역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조엘의 기억 속에서 보여준다. 지워져 가는 조엘의 머릿속에서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는 잡을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답고 아름답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들은 지나간 시간들의 아름다움을 잊은 것일까. 혹은 알고 있음에도 아픔을 견딜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선택의 이유가 어찌 되었건 이들은 힘든 기억을 지움으로써 안정을 찾지도,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려 행복해지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힘든 기억마저 간직해야 할 이유에 대해 일깨워줄 뿐이다. 어쩌면 '기억을 지우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바람에는 반대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 현실적인 위로가 반가웠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잊고 싶을수록 잊히지 않는 것이 기억이다.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오히려 지나간 시간들을 온전히 기억하고 충분히 아파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약이야."

 상처받은 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이자, 상처받은 이에겐 가장 들리지 않을 말이다. 그러나 아픔이 조금 물러나 이 위로가 들리기 시작할 때 기억해보자. 지금은 지우고 싶은 그 많은 순간들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순간이었음을, 힘들다고 지워버리기엔 더없이 소중한 시간들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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