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야경, 서울명산, 앨버트 W. 테일러, DILKUSHA, 어반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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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갈 집 계약서를 쓰는 날이다
오전에 계약서를 쓰고 확정일자와 계약신고를 한 다음 인왕산을 오르기로 한다
가는 길은 강북삼성병원 옆길을 따라 성벽을 따라가는 길이다
예전 이 길을 가면서 들렸던 홍난파집이 닫혀 있었는데 오늘은 운 좋게 오픈되어 있다.
실내는 홍난파의 기록을 중심으로 그가 만든 가곡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둘러보고 예전 공사 중이었던 '딜쿠샤'에 들려본다 그 앞 500년 넘은 은행나무는 그 기세를 뻗치며 잘 있고 딜쿠샤는 깔끔하게 마치 오래된 콘셉트의 새 카페에 온 듯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딜쿠샤는 1923년 건축된 서양식 가옥이다
딜쿠샤(DILKUSHA)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으로 앨버트 W. 테일러와 메리 L. 테일러 부부가 살던 집의 이름이다
1942년 일제가 테일러 부부를 추방한 후 딜쿠샤는 동생 윌리엄 W. 테일러가 잠시 관리하였고 이후 1959년에 자유당 조경규 의원이 딜쿠샤를 매입하였으나 1963년에 조경규 의원의 재산이 국가로 넘어가면서 딜쿠샤도 국가 소유가 되었다.
그 후로 딜쿠샤는 오랜 기간 방치되어 본모습을 잃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05년에 서일대학교 김익상 교수가 앨버트의 아들인 브루스 T. 테일러의 의뢰를 받아 딜쿠샤를 찾아내었다.
실내에는 안주인 메리의 그림들과 앨버트테일러가 특파원 역할을 하며 제암리 사건과 3,1 운동을 외신에 알렸던 기사들이 있다.
실내를 둘러보며 가족들이 함께 했을 시간들을 그려본다.
정원으로 나와 벤치에 앉으니 한눈에 가옥이 다 보이고 은행나무가 배경에 같이 잡힌다.
건물을 그려보고 채색을 하다 해가 넘어갈 때쯤 스케치북을 덮는다.
인왕산으로 오른다.
인왕산은 서울에 있는 산중 산을 오르는 맛을 짧고 굵게 느끼게 하는 산임과 동시에 남산과 함께 서울의 야경을 아름답게 즐기는 산중 하나다.
외국인들에게 소문이 났는지 주말만 되면 외국친구들로 가득한 산이다.
평일이라 많은 인원은 없으리라 예상하고 조금씩 어두워져 가는 산을 천천히 오른다.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가는 길을 환영해 주고 멀리 화강암으로 단단히 보이는 산이 묵직하게 자리한다.
오르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몸이 젖을 정도라 빗길을 조심히 걷는다.
올라가면서 보는 야경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아름다운 야경이다.
내가 자연스레 겸손해질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 아름다운 풍경은 대를 이어 유지되고 넘겨질 것이다.
정상에 올라 마당바위에 앉아 따뜻한 물을 마시며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은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의 집약체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다 하산길을 찾는다.
2025,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