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중학교, 부천상동시민의 강, 웅진플레이도시, 백송마을어린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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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다.
가을이 넘어가고 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고 정리해야 할 시간들이 있다
중학교 교내 상담사를 하고 있는 동생 YH를 보기 위해 부천으로 나선다
'부개역'에서 상동중학교까지 가을의 공기가 이미 숙성되어 취할 듯하다.
은행잎이 노란 양탄자를 깔아 가는 길 운치를 더해준다.
상동중학교에 들러 동생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점심시간을 보낸 후 근처 '상동호수공원'으로 향한다
'백송마을 어린이공원'을 지나 '부천 상동 시민의 강' 시냇물을 따라 걷는다.
낙엽이 물에 절여져 깊은 위스키 맛이 날 것 같은 가을 냇물이다.
물 따라가는 길 혼자 걸으니 마치 갑자기 영화에 출연한 듯 등부터 몸이 간지럽다.
냇물이 끝나갈 무렵 길을 건너라는 안내표시를 따라가니 조형물들과 함께 묵직한 무채색 구름과 더불어 텅 빈 하늘이 가을을 더 공허하게 느끼게 한다.
물이 깊다 그리고 맑다
새들이 간간히 유형한다.
수변 데크를 걸으니 신생아 만한 잉어들이 입을 크게 벌리며 뭐라 이야기한다.
무언의 이야기를 한다.
환영의 이야기를 한다.
혹시 먹을 거 가져왔냐는 말도 빼놓지 않는 것 같다.
호수를 한 바퀴 돈다.
어린이 놀이 시설도 있고 주말농장 같은 시설도 있고 나름 아기자기하게 쓰이는 호수다
화장실에 들렀다 동생이 추천한 '수피아 식물원'에 들려보기로 한다.
타 지역민은 3000원 부천시민은 반값인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다.
안경이 뿌예지고 카메라렌즈가 하얘진다.
휴지로 닦아도 닦아도 이곳은 다른 세상이란 걸 이야기하고 싶은지 세상을 하얗게 만든다.
불편함(?)에 포기하고 걷다 보니 바나나가 달려있는 나무를 본다
감히 눈으로 먹는 것만으로도 맛있는 생물이다.
그 옆의 바나나 꽃이 고혹적이다
올리브나무 바오바브나무를 지나 밀림을 헤치고 들어가니 열대지방 동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거북이 이구아나 앵무새등 조금 더 더운 곳에 사는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이 사는 곳을 지나 카페 공간에 들어선다.
일층과 이층에서 바라보는 밀림의 공간은 마치 다른 세상에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인 듯 보인다. 이층 둘레로 만들어진 조망다리를 걸은 뒤 식물원을 나온다. 다시 현실로 나오니 계절도 바뀌어 있다. 호수 한편 데크에 서서 갈대와 어우러진 호수를 바라보다 스케치북을 펼친다 하늘이 구름이 햇살이 변화하며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변화하는 하늘과 붙어있는 호수를 애써 분리하며 종이에 복사해 본다
부천 만화박물관이 근처에 있다고 해 사브작사브작 걸어가 보기로 한다.
박물관 가는 방향에 과수원처럼 유실수와 오두막 풍차등이 만들어져 있지만 과일들은 이미 다 수확해 겨울 같은 과수원이다.
그곳을 지나 연결된 생태다리를 건너니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만화박물관이 나타난다.
유료 전시상영공간도 있지만 만화도서관은 무료로 앉아서 즐길 수 있다.
학교 선배 박건웅형의 만화가 1층 메인 홀에 홍보되어 있고 2층도서관은 외국작가와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구분해 볼 수 있게 진열되어 있고 수장고에 수장되어 있는 책은 신청하면 2~3일 후에 볼 수 있단다.
이곳은 만화가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동생과 다시 만날 약속시간이 촉박해져 아쉬운 공간을 뒤로하고 길을 나선다.
내가 상상하던 공간을 마주하고서 그 공간은 상상에서 현실이 되었다.
많은 이들의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길 바라는 맘으로 가을 낙엽길을 밟는다.
근처 웅진플레이도시는 조용한 놀이터로 보이고 그 옆 고등학교에서 흘러나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낙엽 위에 무거운 가을 공기를 청량하게 가볍게 찢어놓는다
2025,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