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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Nov 14. 2024

밀려쓴 답안지

수고 많았어요 그동안

당시에는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지나고 보니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됩니다.

수능날, 답안지를 밀려 쓰고는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웃고 다녔지만

인생 폭망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원하지 않았던 대학과 전공을 공부하다가

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날,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밤을 샜습니다.

그대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고시원에 들어갔습니다.

고시원에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교과서와 문제집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빵으로 끼니를 떼우며 시간을 아꼈습니다.

그렇게 수능을 치르고,

A대학 B학과에 지원하기 위해

응시표를 구입하고, 2시간이 넘도록 줄을 섰습니다.

내 차례가 다 되었을 때, 줄에서 이탈했습니다.

A대학에 지원해서 합격할 경우

꿈꾸었던 교육대학은 같은 날 응시라서

지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A대학을 포기하고 지원한 교육대학은

눈이 색약이라 신체검사에서 떨어졌습니다.

내가 고민하고, 결정한 것마다 어긋났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던 인생입니다.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며칠 전, 누군가 내게 물었습니다.

"곧 죽게 된다면 뭐가 가장 아쉬울 것 같으세요?"

누군가는 자기 꿈을 못 펼쳐서 아쉽다고,

누군가는 이렇게 떠날 것 같으면 좀 더

누리며 살아볼 것을 그랬다고.

나는 미안한 것들은 많지만

아쉬울 것은 없는 인생이라 답했습니다.

무엇을 이룬 것 없는데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 여기까지가 내가 가진 이야기입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괜찮다. 혹은 걱정마라.는

말을 이어서 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냉혹하고

아픔은 그자체로 너무 아픈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입니다.

당시에는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지나고 보니 전부가 아니기에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대로

한 번 사는 인생,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 됩니다.

오늘 힘내세요.

그리고,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노래하는풍경 #1606 >

#수능날 #오늘하루힘내세요 #수고하셨습니다

#2024캘린더는다음주말공지할게요 #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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