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을 합쳐 갈등이라 한다. 칡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등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덩굴을 감아 오르기에 둘이 만나면 서로를 방해하고 대립하게 된다. 이 모습이 사람 사이의 대립을 닮았다고 하여 갈등이라 부르게 되었다.
흔히 '갈등을 푼다'고 하면 중재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걸 의미한다. 타협이란 한쪽이 양보하거나,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는 식을 의미한다. 비교적 평화롭게 해결한다는 장점이 있디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갈등 자체를 잘라버리는 방법도 있다. 알렉산더 대왕은 매듭을 풀기보다 잘라버렸고, 북위의 고양은 삼실 뭉치를 추리지 않고 잘라버렸다. 참고로 이 일화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쾌도난마(快刀亂麻)다. 쉽게 말하면 갈등을 일으킨 한쪽을 조직에서 제거하거나, 양쪽 모두 제거하는 방법이다. 명쾌한 만큼 아픔도 큰 해결법이다.
컨설턴트 시절, 어떤 대표님이 이렇게 문의하셨다.
"갈등이 없는 조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갈등을 없앨 생각보다는,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따뜻하게 중재하거나, 냉혹하게 잘라버리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물론 애초에 칡과 등나무가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방향성이 명확한 조직이라면 정반대의 성향인 칡과 등나무는 만날 일이 없었을 테니까.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미션과 비전을 심어주는 인터널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다.
요즘은 생성형 AI가 갈등을 없앨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생성형 AI가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좀 다르게 보는 건 생성형 AI가 '고분고분'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써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성형 AI에게는 쓸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갈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고민이다. 생성형 AI는 점점 발전해서 협업의 필요성을 낮출 것이다. 생성형 AI만 있어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굳이 타인과 소통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생성형 AI의 보편화는 조직 내 소통의 횟수 자체를 줄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생성형 AI하고만 일하는 개인만 남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얼핏 보면 긍정적인 전망이지만, 동료 간에 느끼는 연대감, 혹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줄어든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전망도 공존한다.
생성형 AI로 인해 일하는 개인만 있는 미래의 기업을 상상해본다면 개별 전문가가 모인 조합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역사적으로 있는 형태다. 중세 유럽의 '길드', 혹은 우리나라의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터널 브랜딩이 그 조직에 과연 필요할지도 의문이다. 구성원들이 하나의 미션과 비전을 공유할 필요 없이 그냥 업무만 처리해도 그만이라면 우리가 지금까지 고민했던 구성원에게 조직문화를 내면화시키는 인터널 브랜딩 이론은 필요가 없어진다.
갈등이 없는 조직은 과연 좋은 조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