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있어요, 당연하지만.
성수동이라고 막 특별하진 않다.
성수동에 산다고 6개월 된 아기가 갑자기 혼자 앉아 "밥 주세요" 할리 없듯이, 성수동에는 고양이가 산다. 그리고 그 고양이는 그냥 일반적인 고양이다. 보은까지 바라지 않지만, 일단 갚을 은혜를 건네줄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는.
연무장길 한가운데 조용한 백반집이 있었다. 주변이 하나 둘 술집과 팝업으로 바뀌어 갈 때 이곳은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던 곳 중 하나. 이젠 무엇으로 바뀌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곳은 고양이 두 마리가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는 그런 동네 백반집이었다. 고양이 앞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진다. 쓰다듬고 싶지만, 어딘가 훌훌 날아가 버릴 나비들인 것을 알기에 두 손은 뜨거운 열망과 냉정한 현실 사이에서 바들바들 떨리기 마련이다.
조금만 더 가까워졌다가는
"갈 길 가라"
라고 고양이님의 잔소리를 들을 것만 같은 미묘한 거리.
날이 조금 쌀쌀해져도 어디에서 추위를 피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에서 사랑받고 있는 고양이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먹을 것 마실 것에 이어 쉴 곳도 기꺼이 내어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될 영광을 주진 않는다.
괜한 오지랖을 불러일으키는 귀여움에 가슴이 저릿하다.
이제 그 고양이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떠나간 가게 주인들이 함께 데려갔지 않을까?
사랑받고 있겠지?
아니면 한 순간에 간판이 바뀐 가게 앞에서 몇 시간 지켜보다 아주 살짝 한숨을 내쉬고 조용히 떠났을지도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순식간에 바뀌어 있는 간판에 익숙해져야 하는 성수동이다. 다만 그 울적한 마음은 식빵 굽던 고양이가 떠난 자리의 온기만큼 빠르게 식어간다.
고양이들에게 성수동 산다는 자부심이 있진 않겠지.
성수동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그런 대화를 나눌지도 모른다.
"성수동 사셨어요?"
"그랬지."
"오, 멋있다. 핫플이잖아요!"
"멋있긴. 핫플이 되기 전이 더 따듯했는데 말이지..."
고양이가 먼저 떠난 성수동은 조금만 더 천천히 바뀌어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