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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사세요? -9

성수동 빌런

by 이믈

성수동에는 악독무도한 빌런이 하나 산다.

이빨이 두 개뿐이라, <성수동 투티스 (Two Teeth)>라고 이름 붙였다.


이 악당이 얼마나 사납냐면,

남의 손이 근처에 있으면 곧장 붙잡아 두 개의 이빨로 앙 물어버린다. 이빨도 이빨이지만, 우유 쉰내 물씬 풍기는 침 공격도 만만치 않다. 침을 뚝뚝 흘리며 바라보다가, 손에 침을 묻혀 던진다. 아직 침에 맞았을 때 어떤 피해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물리적 공격뿐만이 아니다. 괴음을 발사할 때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몸이 굳는다. 괴음과 함께 손과 발을 내려치는 공격을 시도하기 때문에, 타이밍 좋게 피하지 못한다면 내려치는 손에 뺨을 후려맞거나, 내지르는 발에 급소를 맞을 수도 있다. 손에는 매우 날카로운 손톱이 있어서, 자기 자신조차 상처를 입고는 한다. 하지만 경이로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어 며칠 후면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이렇듯 매우 악독한 이 존재를 잘 모셔야 한다. 그가 배고프실 때가 되면 알아서 밥을 만들어 바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김없이 괴음 혹은 침 공격이 날아온다. 졸리신다 싶으면 잠자리를 미리 펼쳐두어야 한다. 원하는 대로 잠자리가 준비되지 않으면 몸을 뒤집어 날 째려본다. 그 시선을 마주하면 심장에 큰 무리가 온다.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홀린 듯이 끌려들어 가게 된다.


악명을 떨친 지 이제 6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지인들 여럿이 피해자가 되었다. 의도치 않게 피해자를 만들어버린 지인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아직 성수동에 놀러 오는 외지인들은 이 악당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길에서 이 악당을 마주친다면 서둘러 피신하길 권해드린다. 그의 울굴은 마치 메두사처럼 바라보는 사람을 잠시 굳어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람 많은 성수동에서 자칫 굳어버리면 지나가는 폐지 할아버지 리어카에 치어 전치 1주가 나오는 부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라.


이 투티스가 더 크면 어떤 괴력을 발휘할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아직은 우리 선에서 잘 다독이고 있다. 혹시 1,2년 후에 이 악당에게 시달리는 우리 부부를 발견한다면 도와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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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 힘이 약할 때 잘 길들여야 하는 존재지만, 너무 귀여워 퇴치를 못하고 있다.

약한 마음 때문에 발생할 미래의 피해자들에게 미리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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