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해서 언제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는 아빠의 편지
14개월 된 우리 아들.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네 엄마가 보면 또 오글거린다고 놀려댈 것 같지만
어느 날 해수욕장에서 둥글게 말린 통을 들고,
너무 부드러워 흩어지기만 하는 모래를 잘 쌓아 올려 탑을 만들 듯이
너에 대한 내 감정을 토닥여가면서 잘 쌓아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네가 커나가는 만큼 내 감정도 또 달라질 테니.
하지만, 변함없이
사랑할게.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은 아빠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은 얼핏 알 것 같기도 해.
네 엄마가 처음이었어.
그동안 누군가를 위해 죽는 것보다 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 내게
널 위해 살아보려 한다는
그런 감정을 준 사람.
내가 가장 중요했고
내 위에 누굴 두지 못했던 삶에
하나의 꿈을 내려놓더라도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 사람.
사랑하는 감정의 크기를 그만큼 잘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청소를 해도
설거지를 해도
빨래를 해도
돌아와서 잘 정리되어 있는 집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네 엄마가 보고 싶어서 하게 된다.
이제 집에 오면 한 명이 더 생겼다.
엄마 얘기부터 쓴 것은
널 그렇게 사랑하고 있다는 다소 불필요한 설명과 함께
이를 통해 오글거린다는 네 엄마의 놀림을 조금이나마 방지하고자 하는 아빠의 바람.
놀림받으면 더 못 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