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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대는 불안

자신의 등을 떠밀어 보다

by 이믈

부자가 될 것 같은 일은 아니지만, 즐거웠다.

일 년에도 몇 번씩 외국을 나갈 수 있었고, 아내를 데리고 갈 수도 있었다.

올봄에는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까지 데리고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스포츠, 그리고 외국계.

괜찮은 조합이었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즐겁지 않은 날은 별로 없었다.

사람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사람에게서 즐거움을 얻었다.


꼭 경험해보고 싶던 기회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덮쳤다.

단순히 기대가 컸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보지 못한 괴로움.

그저 일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시는 당신들과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내겐 나보다 소중한 가족이 있다는 깨달음.


내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도 육아 휴직에는 관대한 외국계.

1년의 육아 휴직을 요청했다.


기존의 월급에서 반도 안 되는 돈으로 삼 개월,

그보다 적은 삼 개월,

더 적은 육 개월.


하지만 아내와 함께 해 볼 일을 생각하고

아들과 함께 보낼 더 많은 날을 떠올리니

불안할 일 년이 기대가 된다.


나 스스로를 떠밀어본다.

절벽에서 한 번 굴러볼 때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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