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반복과 계획, 영감

연습하는 자에게 영감 있나니.

by 이믈

아트페어를 다녀왔다.

내 취향 하나쯤은 반드시 있는 곳.


깊이 숨을 들이마시게 하는 작품을 찾았다.

한동안 눈으로 즐기다, 잠시 눈을 감는다. 뿜어내는 공기를 들이마신다.

당신은 어떤 마음이었나.

정답 없는 상상에 취해본다.


소나무 그림이라고 솔향이 나진 않는다.

다만 그 땀과 고뇌와 한숨이 스며 나온다.

쓴 맛에 소금을 둘러치면 우릴 위한 단 맛이 난다.


정면을 바라보다, 옆에서 아래서 돌아본다.

불툭한 질감을 느끼고

달라진 조명에 비춰본다.

그림에 해를 하나 띄워 숨겨진 세상을 찾는다.


그림도 조각도 모른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즐겨본다.

따져보지 않고 좋아해 본다.


아트페어다 보니 가격표가 붙은 작품이 있다.

어차피 살 수 없는 가격이라, 그마저 즐긴다.

한 발 뒤에 선 이방인의 속 편한 즐거움이다.


그 속 편한 이방인마저 괴롭도록 궁금한 것이 있다.


영감이란 것은 마치 소나기처럼 약속 없이 들이닥쳤다가 사라지는 걸까.

당신들은 언제고 나타날 대어 위해 드리운 낚싯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파도에 흘러가던 걸까.

건져 올릴 뜰채를 준비해 두어도 구멍 사이로 흘러내리진 않는 걸까.


그저 붓을 들고 점 하나 찍고 선 하나 긋다 보면 그릴 것이 보이는 걸까.

영감이 들이닥치지 않아 흘러간 하루가 죄책감 되어 괴롭히진 않았던 걸까.


사실,

영감이 오지 않은 날이 당신을 만든 것을 안다.

소나기 사이사이 얼마나 많은 연습이 있었을까.

붓이 움직여야 영감이 온다는 것을 안다.

글 쓸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나태한 말인가.


영감은

연습하는 내가 내게 주는 선물.

욕심만큼 읽어야지, 또 써야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들, 혼자 있을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