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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관 관!

by 쑥쑤루쑥

나는 아웃사이더다. 인간관계가 피곤하다 느껴진 이후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유지하는 듯하다. 다년간의 사회 생활 덕분에, 필요할 때면 낯선 사람들과 적당히 스몰 토크 정도는 나눌 수 있다. 이 사람이 나랑 맞을지 안 맞을지도 대충 가늠이 된다. 물론, 반전을 맞기도 하지만.


내 경험치로는 '관'이 중요하다. 싱글일 땐 단연 '연애관'이었다. 남자친구를 노예처럼 부리거나, 임자 있는 사람을 굳이 만나려는 친구는 결국 나와도 맞지 않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교육관'을 보게 된다. 완전히 일치하긴 어렵다. 하지만, 방향성이 크게 어긋나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무난하게 교류할 수 있는 것이다.


연애에는 연애만 녹아 있는 게 아니었고, 자녀 교육에도 교육만 담긴 게 아니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 사람의 성격, 미래에 대한 가치관까지 그 사람의 거의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다. 20대 시절 연애관 앞에서 멀어진 친구가 있다. 지금은 연락처도 모른다.


그리고 유독 교육관 앞에서 조금씩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친구가 있다. 엄밀히 말해 자녀 교육은 그 집안의 부모 자식간 문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 친구가 아이 일로 내게 무리한 부탁을 좀 했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있던 일인데 얼마 전 일로 내 머릿 속에서 경고등이 울린 거다.


예전 같으면 미련없이 뒤돌아섰을텐데. 그보다는 조금 헐겁게 교류하기로 맘 먹는다. 단지 자녀 교육관이 잘 맞지 않을 뿐이다. 만나더라도 자녀 교육에 대한 얘기는 가급적 피하면 될 것 같다. 혹시 내게 또 다시 선 넘는 말을 꺼내면 그 땐 부담스러운 마음을 내보이기로 한다.


혹독한 사십춘기를 겪으며 결심했다. 날 휘감은 숱한 강박을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만들어보자고. 옥수수 한 알 만큼의 불편함을 팝콘 한 봉지로 뻥튀기해서 받아들이는 습관을 좀 고쳐보자고. 그러려면 무조건 단칼에 잘라낼 게 아니라 조금씩 겪어봐야한다고. 그렇다. 이 또한 내 새로운 가치관이다. 그러니, 관은 관이다.





사진: Unsplashnine koep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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