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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Sep 11. 2019

쓰레기를 버리기 전 갈등 앞에 서다.

분리배출 어렵지 않아요.

유럽에서 11년을 살면서 느낀 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유럽 여러 나라들은 쓰레기를 너무 막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실생활을 들여다보면 나름의 규율들이 존재하지만 살면서, 여행하면서 접한 유럽 국가들은 한국처럼 엄격한 분리배출을 하고 있지 않았다.


한국에 비해 분리배출 개념이 약한 유럽 (물론 나라별 쓰레기 분리배출 법규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이라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 큰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는 나의 모습이 가끔 어색할 때도 있지만 여하튼 이곳에서는 일반쓰레기에 종류별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려도 문제가 될 건 없었고 심지어 쓰레기도 공짜로 버렸다. (당연히 쓰레기 처리비용은 집 관리비에 포함이 되어있다. 단지 개인이 유료 봉투를 사는 것이 아니라서 버릴 때는 공짜처럼 느껴진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집 안에 따로 보관했다가 버리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게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다.

 그래도 각 나라별로 기본적인 분리배출의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 종이, 병, 플라스틱, 일반쓰레기 정도는 따로 버릴 수 있도록 분리해 놓았고 베를린은 추가로 Bio Müll을 버리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음식물이 아니라 거름화 시킬 수 있는 음식물(요리되거나 염분이 있는 것 제외) - 과일, 채소 껍질과 낙엽 같은 것들을 버리는 쓰레이 통이다.

주택의 경우 정해진 요일에 쓰레기를 수거해 가고 있어서 한국처럼 쓰레기 배출하는 날을 맞춰야 하지만 큰 아파트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잦은 횟수로 쓰레기 차가 와서 수거해 가고 있어서 공동 쓰레기 통에 매일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종류별로 쓰레기 차들이 각기 쓰레기를 수거하러 오는데,

베를린의 경우 일반 쓰레기는 회색, 종이류는 파란색, 플라스틱 종류는 오렌지색으로 된 쓰레기통에 분리해서 버리는데 (수거해 가는 쓰레기 트럭과 종류별 쓰레기통 색이 일치한다.)


우리 집에서도 최소한의 기본만을 지키는 수준이고 아직 음식물 쓰레기 까지는 나눠서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과일이나 야채 껍질은 모아 두었다가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아직 나를 이기지 못했다.

나처럼 친환경 소비에 약간의 의지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은 소비와 배출 앞에서 약간의 갈등이 생기곤 한다. 가령, 요구르트가 묻어 있는 다 먹고 난 이 요구르트 통을 물로 헹궈서 포장지를 따로 뜯어서 재활용 쓰레기 통게 모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버려야지 라고 생각도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아, 오늘은 귀찮으니 그냥 일반 쓰레기 통에 넣어야겠다.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편한 건 좋지만 그 편함을 위해서는 우린 그만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있다.

(돈이든 쓰레기든 환경오염이든 무엇이 되든지 말이다.)


 이 통 포장재는 뚜겅 알루미늄호일, 종이, 플라스틱으로 분리 배출할 수 있다.

이 요구르트의 경우 안쪽은 얇은 플라스틱 용기이고 바깥쪽은 재활용된 종이로 된 포장재이다.

(이 요구르트의 포장된 모든 재료 즉, 플라스틱과 종이, 알루미늄 포일(뚜껑)은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플라스틱에 인쇄를 하거나 색을 덧입히면 재활용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 제품들은 이렇게 겉과 안 포장재가 분리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나처럼 게으름과 의지가 약한 소비자들도 이런 포장재를 보면 종이와 플라스틱 정도는 분리해서 버릴 의지가 생기니 서로에게 좋은 선택이 아닐까.

 물론 이곳에서도 이런 포장재도 일반적이진 않다. 하지만 어느 슈퍼에서는 이런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우유나 주스가 담긴 종이팩은 종이류가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것도 결국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왠지 플라스틱보다는 종이팩에 담긴 제품을 구매하곤 한다.

우연찮게 우유팩을 내부를 보게 됐는데 코팅된 크래프트 속지가 매우 낯설어서 이 포장재 회사(Pure Pak)에 대해 찾아보니 노르웨이 회사로 액체제품들을 포장하는 포장상자를 생산하는 곳으로 이 상자를 구성하는 재료 75%이상이 재사용 된 것으로 만들어졌으며 사용 후 제품들 역시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로 만든다고 설명해놓았다.  (더 많은 정보들은 회사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Pure pak 회사의 우유 포장재

이러한 착한 패키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물건을 구매할 때도 의식적으로 이런 제품들을 골라 구입하게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내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이러한 포장을 하고 있어서 고민 없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아,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가격 또한 일반 포장으로 된 제품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돈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문제 때문에 손해(라고 생각될 수 있는) 비용을 감당할 만큼의 값어치가 있느냐 그리고 그 비용을 나는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 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나 또한 이런 친환경제품을 구입하면서 내가 추가로 지불해야 할 돈이 기존 제품의 1유로 이상 차이가 난다며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다른 대체품을 찾아보곤 한다.


나는 일반 마트와 유기농 마트를 7:3 정도 비율로 이용하는 중인데 사실 유기농 마트에서 모든 장을 다 보기에는 금전적으로 부담이 많이 간다. 비용으로 비교하자면 두세 배는 더 비싸기 때문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유기농 전문상점이라고 해서 포장재까지 친환경인 제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 기준을 정해 나눠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내가 친환경 제품을 소개할 때 유기농 전문 마켓이 아닌 일반 마켓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나는 환경 운동가도 아니고 유별난 사람도 아니다.

시작은 나와 나의 가족을 위한 선택이었다. 나는 우리에게 더 나은 것을 소비하고 싶었고 그 소비가 더 나은 것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평범한 소비자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유기농과 친화 경제품만이 필요로 하고 소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현재 독일 안에서는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어 있고 그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이에 동참(혹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해서 포장재의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 추세다. 대부분 마트에서는 과일이나 야채를 담는 비닐봉투가 사라지고,  분해가 가능하거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비닐로 재사용하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은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움직이지 자발적으로 손해를 감수해가며 환경보호에 앞장서려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 기업들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은 소비자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이고 이것의 힘이 그들마저 무시하지 못하는 힘이 되었다는 증거 아닐까.

십 년 전쯤,  동물복지 제품들과 공정거래 제품들을 사용하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이 물었다.

너 하나, 우리 하나가 사용한다고 이게 변할까?

그때 나는 맞아,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상황은 좋아질지도 몰라.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관심을 가졌고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가치에 대한 정당한 값을 알게 되었다.


유기농이라는 단어 속에 “비싸거나 유별나거나 혹은 다르다”라는 편견을 집어넣지 않고 우리의 일상 속에서 편하고 쉽게 친환경 제품들을 접할 수 있어야 하며,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추후 우린 더 많은 친환경 삶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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