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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Dec 28. 2016

타인의 일상 들여다보기

창문 안의 일상


네덜란드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커튼을 달지 않은 집이 많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특유의 좁고 길쭉한 형태의 집들을 정면에서 보면 보통 큰 창문이 있다. 신기하게도 이 큰 창문을 가리는 커튼이 없다. 그래서 집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곤 한다. 과거 개신교의 영향으로 신과 다른 사람들 앞에 감출 것 없이 떳떳한 생활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도 하고. 어찌 되었든 이런 문화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꾸밈없이 솔직하고 개방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암스테르담의 건물 (출처: Everyday Delights)


특히 해가 진 후에 어두컴컴한 길거리를 걷다보면 불켜진 실내가 대비되어 눈에 더 잘들어온다.

 

타인의 사생활이니 호기심을 갖지 않는 것이 맞겠지만 무의식중에 언뜻 언뜻 보게 된다.


창문 안으로 보이는 불켜진 실내 (이하 출처: Joy Scopa)


저 집은 참 세련됬구나.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네. 저녁을 늦게 먹네와 같은 단순한 생각도 해보고.


내 마음이 외로울 때면 다들 무얼 하며 살고 있나 관찰하기도 하고.




그런데 자꾸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나보다 더 여유 있어 보이고 행복해보이고. 

순간 순간, 나와 비교하게 된다.

나만 이 어두운 밤거리에 혼자 외톨이처럼 똑 떨어져 그렇게 창문 안을 들여다 보는 것만 같다.



나의 일상은 이렇게 이렇게 별거없이 흘러가고 있는데,

내가 아닌 누군가의 일상들은 늘 화려하게 빛나고만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를 맞아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이제 졸업 프로젝트를 찾고 있는 중에 얘기가 잘 된 곳이 하나 있어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나로서는 결정하기 전에 고민해야 할 점들이 많았다. 프로젝트 성격이 나와 잘 맞을지, 또 리서치를 하는 지역이 안전할지 등등. 


이미 졸업을 한 친구가 조언을 해주고는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소식을 들으면 다들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못지낸다고. 

항상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 같다고. 


그 친구는 얼마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좋은 회사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졸업도 잘 마치고 적성에 맞는 회사로 취업도 빨리 한 편이었다. 그런 친구가 이런 생각을 할 줄이야, 솔직히 놀랐다. 이 친구야 평소에 노력도 많이 했고 워낙 똑부러지니 잘 했을거라고 생각을 했던 차였다. 그런데 게다가 이제야 졸업 프로젝트를 찾고 있는 내 이야기를 듣고 그런 말을 하다니, 거참 배부른 소리 같기도 하고. 


그러던 중에 웬지 모르게, 창문 바깥에서 안쪽을 들여다 보고 있는 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글쎄, 굳이 꺼내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랄까.

어떻게 보면 깜깜한 거리가 다행일 만큼 숨고 싶은 모습 . 

그렇게 남의 일상을 훔쳐 보는 것도, 이유도 없이 괜한 부러움을 가지는 것도. 

열등감 같은 것일까.


그런데 사실은 이렇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일상들이라는게 참 별 거 없다. 

왁자지껄 파티를 하는 정말 특별한 일상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냥 요리를 하거나 저녁을 먹는 모습, 

텔레비젼을 보는 모습, 

혼자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보고 있는 모습..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다. 


타인의 일상 (출처: Joy Scopa)

나도 매일 살고 있는 일상인 모습. 


누군가 바깥에서 내 창문을 들여다 본다면 나 또한 지내고 있는 일상들.



그런데 왜 바깥에서 보면 타인의 일상은 그렇게 여유롭고 행복해보이는데,

나 스스로를 보면 무의미하고 그저 그런 하루가 되버리는 걸까.



일상 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 내가 속한 공간, 나의 시간, 나의 선택들 많은 것들이 그렇다.

나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연민에서 나오는 것만 같고.

어떤 후회나 미련이 남는 것도 아닌데도 정말 괜히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창문이 괜한 행복감을 더해주는 매개체라면,

나는 나 스스로를 바라 볼 때도 이런 창문이 필요한가보다.



이 창문을 통해 나 또한 밤거리를 환히 비추는 일상의 주인공이 되고,

내 일상을 더욱 감사해하고 사랑해야지.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삶이다. 

매일을 아쉽지 않게, 더욱 빛나는 창문을 가꾸며 살아야겠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일상이 눈에 들어온다면, 

그래. 저사람도 나만큼이나 행복하구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진 출처: Everyday Delights, Joy Sc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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