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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Nov 17. 2019

심심한 나라에 왔다.

네덜란드에 온 지 햇수로 벌써 4년 째다. 2년은 공부를 했고, 2년은 일을 하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다니,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렇다. 이 곳은 참 별 일이 없다. 사건, 사고도 드물고 딱히 유행도 없다. 

칠 chill 한 곳이다. 한국처럼 엄청 재미있는 일, 이슈는 생기지 않는데. 그렇다고 마냥 재미없지는 않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받을 일이 별로 없다. 내가 느낀 바로는 아주 노잼은 아니지만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또 나 스스로도 요즘 들어 부쩍 노력을 덜한다. 

내가 외국 생활의 로망이라며 떠올렸던 시끌벅적한 이벤트와 활동들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내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덜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 심심함을 느끼며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긴 한다. 그런 패턴을 반복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이렇게 별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이지만, 내 이야기를 더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왔다. 

 

여기 살면서 내가 작아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자기표현에 익숙하고 허물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 속에 섞여있다 보면, 목소리 작은 내가 자꾸만 더 작게 느껴졌다. 이 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알았던 사람들은 내가 어느새 조금은 변했다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지고 있는 거라고 믿는다.


또, 나의 전공인 디자인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관찰하는 것이 디자인의 일부이다 보니 타인과 나의 특성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곤 한다. 내가 알고 자라온 한국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들어와 살다 보니 타인과의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내가 알던 콘텍스트를 떠나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고 나는 내 방식대로 그들을 이해하고 또 살아간다. 이 속에서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었다. 


해외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나는 늘 고민과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인지 내 이야기를 밖으로 내놓기 조금은 두렵다. 그런 마음을 이기기 위해, 또 내 생각들이 조금은 정리될 수 있게 글을 꾸준히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기록하고자 한다.


돌아보면 즐겁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특히 힘든 시간을 겪을 때 참 홀로라고 느껴졌다. 내 가족, 내 삶의 터전에서 동 떨어져 산다는 게 그럴 때 더 실감이 났다. 그런 시간을 겪어낸 나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처럼 글을 써보고 싶다. 그리고 혹시 외국으로 나갈 계획이 있거나 이미 외국 생활을 하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응원과 위로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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