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나의 구원자가 지금의 나라는 상상을 해본다.

15살의 꿈이 현실이 되어 다시 인도로 가는 여정

by 허영주

중학교 2학년, 인도로 1년간 유학을 갔었다.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은 욕망도 있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도피도 있었다. 그 당시 친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부모님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사춘기였던 나는 스트레스를 못 이겨 집에 있는 책을 모조리 찢어버렸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깜짝 놀라 할머니와 계속 살다가는 내가 미쳐버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빠르게 이사를 추진했다. 급하게 이사하느라 월세로 집을 구했고 6개월도 안되어 또다시 이사를 했다. 두 번의 이사와 전학, 혼돈의 사춘기. 나는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두 번의 전학을 하며 같은 서울 안에서 30분 거리에서도 이렇게나 세상이 다르다면 진짜 넓은 세상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 인도 유학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승마와 골프 신비로워 보이는 기숙사 사진에 반해 인도를 선택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었다. 인도에서의 생활은 한국에서보다 100배는 더 힘들었다. 자유 없는 엄격한 기숙학교, 100%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 한국 언니들의 텃세와 따돌림, 가족들과 단절된 생활, 죽을 것 같이 숨 막히는 외로움과 그리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심장이 미친 듯 두근거렸고 길을 걷다 심장을 부여잡고 쭈그려 앉아있길 반복했다. 귀에서는 진물 이 났고 어딘가 몸이 계속 아팠다. 마음의 상처가 몸으로 튀어나왔다.


그때의 나를 구원해 준 건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 여성들의 스토리였다. "그래, 내가 지금은 이렇게 초라하고 힘들지만 나중엔 꼭 단단하고 멋진 어른이 될 거야." 그녀들의 스토리를 보고 나는 꿈을 가졌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나, 영어로 연설하는 나, 행복해하는 나. 아름답게 빛나는 내 미래를 상상하며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나는 그렇게 달려 15살에 꿈꿨던 내가 되었다.

올해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고 느낀다. 내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인도에서 하는 콘퍼런스에 가기 때문이다. 인도에 언제 다시 가게 될까 항상 궁금했는데 이렇게 멋지게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중학교2학년의 내가 꿈꿨던 나의 미래 모습으로 인도를 간다. 17년 전 나의 구원자가 지금의 나라는 상상을 해본다. 심장을 부여잡고 주저앉아 울던 15살 꼬마의 머릿속에 존재했던 미래의 그 멋진 여자가 현재의 나인 것이다.

올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 상당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점들이 연결되어 선을 만들어낼 것 같은 느낌. 얼마 전 친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나는 곧 또 인도로 간다. 할머니와의 이별, 인도로 가는 나.... 17년 전이 겹쳐 보인다. 인도에서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돌아오게 될까, 무엇을 꿈꾸게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어떻게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