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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Dec 31. 2018

가수 박창근 “넌 괜찮을 거야”라고 속삭이다

2018 박창근 송년 콘서트, 12월 29일 종로에서

오랜만에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포크 콘서트를 즐겼다. 바로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의 ‘그래, 괜찮을 거야’ 2018 송년콘서트다. 12월 29일 저녁 7시, 종로 반쥴 4층 스테이지에서 작지만 울림이 큰 콘서트가 펼쳐졌다. 그니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가수 박창근은 우리들에게 “넌 괜찮을 거야”라고 속삭였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노래는 박창근의 새 노래 <우린 어디로 가는 걸까요?>였다. 이 노래는 디지털 싱글로 최근 발표됐다. 고집스러울 만치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그는 기괴하면서도 장엄한 내면의 울림을 노래로 만들었다. 대중음악에선 결코 듣도 보도 못할 가사와 목소리는 한편, 무섭기도 하다. 필자는 <우린 어디로 가는 걸까요?>에 대한 평을 가수 박창근이 요청해왔을 때 다음과 같이 회신한 바 있다.


박창근의 새노래 <우린 어디로 가는 걸까요?>를 듣다보면, 근원에 대해 묻는 고갱의 그림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모든 실존은 자신의 근원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다. 공경하면서 동시에 무서워하는 것이다. 존재의 공허함을 근원을 찾아 채우려하지만 결코 가득 차지 않은 밑 빠진 독처럼 허무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부모에게 눈을 돌리지만, 현실은 더욱 남루하다. 실존의 이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온 싱어송 라이터 박창근이 노래로 공허함을 메워준다. 누구나 갖고 있는 질문이지만, 쉽게 드러내지 않았던 살아있음과 내 뿌리의 한계를 외친다. 경쾌하지만 그 안에 슬픔이 배어 있다. 툭툭 내뱉듯 노래하다가 마지막에 한 소실점을 향해 가는 빛처럼 멜로디와 가사, 창법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우린 어디로 가는 걸까요?>는 가장 박창근다운 노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 있다. 대중음악에선 쉽게 부르지 못하는 철학적 메시지와 진중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통해서 들은 바에 따르면, <우린 어디로 가는 걸까요?>는 사육되는 동물들의 비명 소리라고 한다. 고기로 변질되기 위해 기다리는 동물들의 절규는 마치 사람의 고독과 닮았다. 하루하루 생명을 잃어가는 모든 생명은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지한 박창근의 목소리와 빼어난 창법은 노래를 더욱 무겁게 한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에 단순히 웃고 떠드는 것만이 아니어서 ‘그래, 괜찮을 거야’ 콘서트는 떨림과 울림의 빛을 냈다. 마치 박창근은 우린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넌 괜찮을 거야라고 주문을 거는 듯하다.



고집스런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의 송년콘서트


노래 하나만으로, 좋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좋은 만남만으로 이끌어낸 ‘그래, 괜찮을 거야’ 콘서트는 그래서 더욱 값지다. 자극적이고 요란한 대중음악계에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의 존재는 문화적 자부심마저 느끼게 한다. 고군분투하는 것이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당신도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는 수밖에 해줄 게 없다.


2018 박창근 송년콘서트에는 그동안 뮤지컬 등 때문에 자주 듣지 못했던 그의 노래들이 반가웠다. 대중음악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그의 2집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에 수록된 <비가 오면>은 공연장을 적신 빗소리와 함께 마음을 보듬었다. 소년이 소녀에게, 소녀가 소년에게 다가가고픈 애틋한 마음이 노래에 담겨 있다. 또한 3집 ‘무지개 내린 날개위의 순간’에 실린 <사랑을 원해요>는 “영혼의 시계소리 째깍째깍 무서운 이 밤에도 쉬지 않고”라는 가사를 통해 영혼의 반쪽, 상처의 반쪽을 찾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지난해 디지털 싱글로 발표된 <춤추는 공허>는 추운 날씨에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 화답을 하듯 “그대여 안 울 거야 괜찮을 거야”라고 노래했다. 또한 올해 봄 발표된 <흔들리는 봄>은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처럼 추운 모든 이들에게 한 잔의 차와 같이.  


이외에도 <어느 목석의 사랑>, <바람의 기억>, <다섯 계절 이야기> 등은 몸을 절로 흔들게 했다. 언제 들어도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하는 노래들이다. 특히 해금의 김은진 씨가 이번 박창근의 송년콘서트를 함께 해 선율을 맞추었다.


따뜻한 차 한 잔 건네는 박창근 송년콘서트


공연에서 박창근은 빈센트 반 고흐를 언급했다. 우리들보다 더욱 처절하게 고독했던 화가 반 고흐. 박창근은 <Vincent>를 부르며 반 고흐의 영혼을 달래주었다. 이 노래와 박창근은 분위기가 참 잘 어울렸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평상시에 그만큼 반 고흐에 대한 동경을 내비췄기 때문이리라. 고독했지만 자신의 길을 외면하지 않았던 화가와 외롭지만 정직한 길을 가려는 가수 박창근의 심정이 비슷한 것일까.



마지막으로 <님은 먼 곳에>와 <슬픈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호소력 짙은 박창근의 목소리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두 노래는 사랑할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이 땅의 모든 연인들을 달래주었다.



2019년에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이 어떤 노래로 또 우리를 찾아줄까. 그의 목소리가 동시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우리의 귀는 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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