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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Feb 14. 2017

그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방탄소년단 청춘 3부작 '화양연화'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

이 글은 은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시리즈 분석 칼럼입니다. 글을 읽기 전에 방탄소년단의 I NEED U - 화양연화 On stage: prologue - RUN 의 MV를 순서대로 보고 오시면 더욱 이해가 쉽습니다.



그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일명 방탄소년단의 청춘 3부작으로 불려지는 화양연화 시리즈는 방탄소년단에게 첫 1위를 거머쥐게 해 준 'I NEED U' 와 'RUN' 그리고 'Young Forever'로 대표된다. (이 부분은 음악적인 컨셉으로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위의 세 곡이 완결성을 가지고 청춘 3부작을 완성하고 있다고 본 것으로, 일반적으로 뮤직비디오로는 'I NEED U - 화양연화 On stage: prologue - RUN'의 순서로 보는 듯 하다.) 

약 1년 여에 걸쳐 완성된 이 시리즈는 현재의 방탄소년단이 있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공신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가수에게도 팬에게도 사랑받는 기획이다. 아이돌 가수의 앨범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연작으로 이어지고, 심지어는 프롤로그(Butterfly)와 에필로그(young forever)가 있다? 이런 점은 십 여년 이상 아이돌 음악을 꾸준히 접해온 나에게도 꽤 독특한 구성이었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힙합'을 하는 아이돌의 대표주자 격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화자되는 '화양연화 시리즈'가 어떤 내용일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호기심을 안고 뮤직비디오를 접했다.  


1. 그래서 그것은 환상일까, 과거일까. 

 화양연화 시리즈의 첫 시작 격인 'I NEED U' 뮤직비디오에서는 각각의 개인이 그리고 있는 청춘들의 불안과 위태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들은 방황하고, 아파하기도 하며, 고통받기도 하고, 고통에 반항하다가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단 한 명만이 깨끗하게 정돈된 방 안에서 체념한 표정을 한다. 그렇게 청춘의 괴로움을 여과없이 드러내던 그들은 프롤로그로 가면, 현실과 환상(또는 과거)를 오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전 작에서는 청춘들이 느끼는 위태로움의 감정이 강조되었다면, 프롤로그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들은 어쩐지 행복해보이기도 한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선에 놓여,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여느 소년들이 그러하듯 친구를 좇기도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며, 회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있는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  

 어떤 것이 현재인지, 어떤 것이 환상(과거)인지 인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행복해 보이지만, 서서히 그들은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그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진)에게 X자를 그리기도 하고, 위태롭게 쌓아올린 카드집을 부숴버리기도 하며, 눈짓 혹은 몸짓으로 이 곳에 너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낸다. 주로 이러한 역할을 해왔던 뷔(V)가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프롤로그는 끝이 난다. RUN에서는 현실과 환상(과거)를 알아차린 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청춘을 향해 갈망하고, 잃어버린 '청춘들' 과 함께 달리며, 그들과 함께 있음을 택한다. 

 어떤 이는 그들이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어떤 이는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서 불안정한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고도 한다. 어떤 이는 'Wings' 앨범의 컨셉과 연관지어 청춘의 '환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여러 해석을 보며, 이건가 싶다가도 저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인지 환상인지, 과연 이게 중요할까? 



2. 청춘은 위태로울 때 비로소 아름답다. 


 화양연화는 동명의 영화도 있지만 꽤 많이 쓰여지는 글귀로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시리즈는 마냥 찬란한 순간만을 그려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불확실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청춘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 그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질문은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현재의 청춘들에게도 해당된다. 방탄소년단 7명은 각각 여러 청춘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우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힙합하는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앨범 컨셉이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고 시리즈로 진행이 되었다? 라는 처음에 가졌던 의문이 풀린다. 대개 힙합은 삶을 이야기하는 장르라고 한다. 방탄소년단은 아이돌이지만 신비주의가 아닌 그들의 청춘, 그들의 이야기를 확장하여 청춘 3부작을 그려냈고 화양연화 시리즈로 완성시켰다. 이러한 점에서 화양연화 시리즈는 '기획'되어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극도로 현실적인 장르의 일종으로 느껴졌다. '현실'과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통해 보통의 청춘들이 겪었을 성장통으로 확장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는 문학작품이나 사회 정서상 '청춘'은 위태로움이나 불완전함보다는 응당 반짝여야 하는 시기, 시작과 설렘으로 묘한 들뜸이 있는 시기로 묘사되어져 왔다. 대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가리킬 때 '청춘'이라는 단어를 쓰곤 했다. 최근에야 워낙 어려운 현실 상황 탓에 그러한 의미가 퇴색되긴 했으나 시류는 그러했다. 그런데,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묘사한 청춘은 달랐다. 청춘의 찬란함을 떠안고 있으나 불안감과 위태로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청춘,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원석의 모습을 한 그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 뿐 아니라 앨범의 곡들 역시도 그러한 이미지를 일관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복잡하고 마냥 유쾌하지 않으며 오히려 방황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내세워, 서툴고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3부작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그들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멀리서 보았을 땐 그들이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가 명확히 보이지만, 정작 달리는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얼만큼 왔는지 혹은 앞에 어떤 것이 펼쳐질지, 도착지점 까지는 얼마나 남았을지, 달리는 자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없다.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을 담아내었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청춘은 더욱 반짝이고 아름답다.


3. 메타포의 나열은 결국 하나의 끝을 가리킨다.


 3편의 뮤직비디오는 연작인 만큼 비슷한 구도와 색감, 연출방식을 선택하고 있었다. 씬 하나 하나를 이어붙인듯한 시퀀스에서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현실(현재) 속에서 환상(과거)을 보여주는 듯 했고, 이들은 확연하게 구분 되어지지 않았지만 각각의 메타포(Run 뮤직비디오에서 깨어진 작은 거울과 그 후 멀쩡해진 큰 거울, 각각 다른 멤버가 착용한 Nirvana라고 적혀진 티셔츠) 등을 통해 현실(현재)와 환상(과거)를 구분할 수 있었다. 또한 뮤직비디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들이 존재했다. 인셉션에서는 그들이 꿈 속에서 깨어날 때 '킥'을 하기 위해 물 속에 빠지거나, 그들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 할 수 있도록 알리는 장치를 심어놓는다(팽이), 화양연화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욕조에 빠지기도 하고, 거울이 깨지기도 하며,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는 연출과 장치들을 통해서 인물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장치를 통해서 그들이 알리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편, 뮤직비디오에서는 총 7명의 등장인물이 있는데, 그들은 단순히 청춘을 공유하는 '친구' 이상으로 개개인의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나는 호접몽(胡蝶夢)이 떠올랐다.

 

 잠시 내용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齊物論(제물론)에서 장자는 말하고 있다. “언젠가 내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나비였다. 내 스스로 아주 기분이 좋아 내가 사람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윽고 잠을 깨니 틀림없는 인간 나였다. 도대체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이 인간인 나로 변해 있는 것일까. 인간 莊周(장주)와 나비와는 분명코 구별이 있다. 이것이 이른바 만물의 변화인 物化(물화)라는 것이다.” 장자는 또, “하늘과 땅은 나와 같이 생기고, 만물은 나와 함께 하나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만물이 하나로 된 絶對(절대)의 경지에 서 있게 되면, 인간인 장주가 곧 나비일수 있고 나비가 곧 장주일 수도 있다. 꿈도 현실도 죽음도 삶도 구별이 없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생각으로 느끼고 하는 것은 한낱 만물의 變化(변화)에 불과한 것이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화자'는 분명하지 않다. 7명의 이야기를 모두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에게 '킥'을 하는 것처럼 뭔가를 알리고자 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긴 하지만, 진의 관점에서 나머지 인물들을 보는 식의 연출은 없기 때문에 화자를 특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과 환상 속을 오가는 그 혹은 그들은 결국 어쩌면 그렇게 경계를 오가는 사이에 꿈도, 현실도, 죽음도, 삶도 구별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 7명의 등장인물은 결국 동시에 '하나의 인물'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앞에서 몇몇 인물들은 이러한 장치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이는 결국 각각의 다른 인물들이 사실은 한 인물의 내면으로,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알리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화양연화 시리즈의 분석 에세이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시 뮤직비디오를 차례대로 보고 사람들이 나름대로 풀어본 해석 역시 찾아보았으나, '이것이 정답이다.' 라고 할 만한 것은 여전히 없다. 이 글 역시도 정답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화양연화 시리즈'는 성공했고, 해석의 여지를 남겼기에 아이러니하지만 더욱 완벽하게 끝을 맺을 수 있었다. Young Forever는 화양연화 시리즈의 마지막을 알리는 최후의 종소리 같은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화양연화 속 그 혹은 그들은 결국 청춘 속에서 방황하고 헤매고 아프지만 끝없이 달리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끝없이 달리는 자신들을, 그 청춘의 모습을 계속 지켜봐달라고, 빛나는 순간을 함께하자고 노래를 듣는 이들에게 전하는 것도 같다. 그렇기에 화양연화는 끝이 났지만 그들의 화양연화는 진행형인 것이다. 

 결국 화양연화 속 그들이 한 사람인지 7명 각각의 이야기인지 혹은 과거인지 환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또한  모든 것이 화양연화 속에 속한 그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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