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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편의점에는 약이 없다

by 은수달


"여기 감기약은 따로 없나요?"

"약은 안 팔아요."


달라진 공기 때문일까. 아니면 혼잡한 행사장에 다녀온 탓일까. 가볍게 지나갈 줄 알았던 재채기가 그칠 생각을 안 한다. 챙겨 온 상비약이 떨어져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약이 보이지 않았다. 3층에서 약국을 발견했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이런 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서울은 수달 같아. 모든 게 빠르고 계획적이야."

물론 서울 사람이라고 해서 나처럼 행동이 빠르거나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부산에 비해선 민첩하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복잡한 곳에서 어떻게 살았지? 밥 먹는 것도,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네.'


일행과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걸 구입한 뒤, 곧바로 푸드코트로 향했다. 3층에 있어야 할 패스트푸드점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자 2층으로 이전했단다. 거기다 서울역 입구엔 공사 중이라 더욱 혼잡했다.


"여기선 무조건 여유 있게 움직여야 해. 포장해도 시간이 제법 걸리거든."



다이소에서 쇼핑하는데 십분, 버거킹에서 이십 분, 편의점 들렀다 화장실 다녀오는데 이십여 분. 그렇게 한 시간 안에 모든 걸 해결한 뒤 무사히 강릉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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