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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강릉에서 순두부를 외치다

by 은수달


"강릉 왔으면 초당 순두부 먹고 가야지."

커피만큼 순두부가 유명한 곳이라 점심은 '동화가든'에서 먹기로 했다. 하지만 음식점 근처가 혼잡한 데다 원래 가려던 식당의 주차장은 만차였다.

"그냥 다른 데 가자."
둘 다 맛집 웨이팅을 싫어하는 편이라 빠르게 차선책을 선택했고, 그곳 역시 괜찮았다. 두부를 넣어만든 짬뽕이라니!

두 번째 목적지는 초당옥수수로 유명한 카페 쵸딩.


"이거 먹으면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는 건가?"



시그너처로 보이는 두포가토랑 옥수프레소라테를 주문했다. 두부의 고소한 맛이 돋보이는 두포가토가 내 입맛에 더 잘 맞았다.

"시간이 애매하니까 안목해변 들렀다가 오죽헌 갈까?"


수달이 카페거리를 지나치면 강릉이 섭섭하겠지. 그래서 우린 해변에 주차한 뒤 보사노바 로스터리 향했다. 이름답게 스페셜티 커피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늘의 커피와 청귤차를 주문했다.

"향부터 고소하고 브라질스러워. 부드러워서 마시기도 편하고."

커피 애호가답게 천천히 커피를 맛보면서 나름의 평가를 내렸다. 4층까지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디저트로 주문한 크림 소금빵도 기대이상이었다.



해변을 천천히 걷다가 솔바람다리 건넜다.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왔지만, 하늘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공짜로 구경할 수 있었다. 바닷가지만 비린내가 거의 안 나고 깔끔해서 좋았다. 제주도와 포항, 브리즈번을 적당히 섞어놓은 느낌이랄까.

강릉역과 가까운 오죽헌에 들러 신사임당과 율곡의 흔적을 엿보았다. 대나무 가지가 검은색이라 '오죽'이라 이름 붙였고, 사방에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터를 잡았단다.


카페투어도 역사탐방도 언제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날씨가 있는 힘껏 도와준 덕분에 좀 더 여유롭게 강릉을 둘러볼 수 있었고, 틈틈이 주어지는 여백의 시간 속에서 잠시나마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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