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Day 1

by 은수달

울퉁불퉁 도로를 지나 중간에 멈춰 선다. 운전하다 보면 가끔 비상사태가 발생한다.


목적지까지는 십여 킬로 남짓 남아 있다. 고민 끝에 눈에 익은 풍경 앞에 멈추었다. 주차하자마자 계단을 올라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꽃잎과 나뭇잎들이 손짓하고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나서 근처 마을을 둘러보았다. 자갈, 흙, 비닐하우스, 경운기. 외할머니의 얼굴과 어린 시절이 동시에 떠오른다. 행복했던 유년은 어른이 되어 세파를 견디게 해주는 자양분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이제야 그 의미를 깨닫는다. 정겹지만 조금은 낯선 풍경, 한낮의 여유.


난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제대로 보고 듣고 있는 걸까. 잠시 접어둔 질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래도 가야만 한다. 결말을 알 수 없지만, 가슴 뛰게 만드는, 또 다른 날들을 만나기 위해.




keyword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