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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엽편2 19화

낙엽

by 빈자루

어두운 새벽 할머니 한 분이 낙엽을 쓸고 계신다.


할머니 허리는 굽었고 낙엽은 많다.



"선생님, 낙엽을 왜 줍나요?"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 복학생 형 하나가 교련 선생님에게 물었다.

형 이름은 통행이었고 선생님 이름은 상철이었다. (형이 태어나던 해 야간통행이 해제되어서 형 이름을 통행이라 지었다고 했다. 선생님 이마엔 혹이 있어서 우리 그를 혹상철이라고 불렀다. 왜 혹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교련 선생님은 망태기를 짊어지고 다니셨다. 망태기를 지고 학교의 거미줄을 태우고 쓰레기를 주웠다. 교련 시간엔 차렷 동작을 가르치며 "너 주먹이 봉합선에서 벗어났어, 감점." , "너 방귀 뀌었어, 감점." , 이라며 감점을 남발하셨다.



낙엽은 떨어지면 거름이 될텐데 왜 줍는담.


정말 궁금해서 여쭤봤던 건데도 선생님은 노발대발하며 형의 얼굴을 때렸고 우리는 낙엽을 주웠다.



어두운 새벽에 할머니 한 분이 홀로 허리를 숙이고 낙엽을 줍는다.


할머니 허리는 굽었고 낙엽은 많다.


나는 아직도 왜 낙엽을 주울까 알지 못한다.


할머니는 낙엽을 주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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