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대중교통으로 맘껏 활보하던 시절, 나는 방송국에 갔다.
초등학교 졸업 시즌. 우리 때 유행하던 졸업 선물이 있었다. 바로 "마이마이", "워크맨"이었다. 그리고 "컴퓨터" 지금도 노트북, 패드 등 전자기기 아이템들이 졸업선물로 인기이고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면 비싼 전자기기를 소유하기 어려웠다. 나는 "삼성 마이마이"와 "삼성 매직스테이션"을 초등학교 졸업 선물로 받았고 그것이 내가 처음 '수집'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매개체가 되었다. 거기에 맞물려 PC통신 시대에서 초고속 인터넷이라 불리우던 ADSL이 상용화 되면서 인터넷 시대(덕후 시대)의 불을 지폈다.
번화가 거리를 걸으면 언제나 들려오던 유행곡들... 길보드차트라 불리우는 가판대에는 정품과 똑같이 카피한 가수의 불법음반(카세트테이프)이나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모아놓은 최신인기곡 테이프를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정품 카세트테이프가 5,000원 정도 하던 시절 길보드 차트에서는 2-3,000원이면 구매 했으니 어차피 나만 듣는 거 길보드가 무슨 상관이랴. (이게 바로 불법 p2p의 MP3시대를 만들었을 수도..)
당시 접하기 쉬운 오락 요소는 TV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음악방송, 각종 버라이어티 쇼 등을 보면서 소위 '입덕'을 하게 되는데, 그 때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신나라레코드에서 정품 '카세트테이프'를 샀다. 요즘에는 예판(예약판매)이라고 하지만 우리때는 예판이 없어서 선착순으로 줄지어 사던 시절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 줄지어 사면 바로 '브로마이드'를 받을 수 있었다.
1. 우리 오빠가 최고다. '덕질파'
2. 연예인에 관심 없고 오로지 개인 연애사에 집중하는 '연애파'
3. 3D보단 2D가 좋은 '애니파'
4. 그냥 '일반인'
우리반에는 유독 1번 덕질파가 많았다. 소위 말하는 '빠순이'가 우리였다. 서로 경쟁하듯 본인 오빠들이 잘났음을 어필하기 바빴다. (노래, 춤, 외모, 예능에서의 활약, 잡지에서의 섹시함 등)
H.O.T., 젝스키스, god, 신화, 클릭비 등 여러 구도로 나뉘었다. H.O.T.가 해체하던 날 club H.O.T. 친구들은 우리 오빠들 못잃어 하며 주변 친구들을 부여잡고 목이 쉬어라, 눈이 퉁퉁부어라 울어댔다. 머지 않아 바로 솔로와 JTL이 나와서 또 교실은 시끌시끌 했다.
적은 용돈을 쪼개쓰던 시절이라 (떡볶이 사먹기도 바빴다.) 우리는 서로의 연예인을 수집하기 위해 각자 잡지를 사고 '분철'하여 상부상조했다. (나는 신화팬 친구는 god팬이었는데 서로 다른 잡지책을 사서 god, 신화를 나눠갖는 식이었다.)
이 때 '미스터케이', '와와109' 같은 팬시 잡지가 유행했는데 '콩콩이', '부르부르', '다래팬더', '마시마로', '푸카' 같은 캐릭터 또한 인기여서 팬시 잡지 실렸던 편지지를 오려서 서로 편지를 주고 받고 펜팔을 하는 것이 당시의 친구들끼리의 우정을 측정하는 방법이었다. 펜팔 노트를 정해 꽉 채워 편지를 주고 받던 그 때만의 감성이 그리 울 때가 있다. (부모님 집에 당시 주고 받았던 편지들이 있을텐데... 추억 상자를 한번 열어봐야겠다.)
서울은 아닌 경기도민이었지만 학교와 전철역이 꽤나 가까워 하교하자 마자 방송국, 행사장을 많이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복 입고 대중교통으로 맘껏 활보하던 시절, 나는 방송국에 갔다. 선착순 입장에 간신히 들어 입장하게 되어 오빠들을 가까이서 보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 때만 해도 대형스타였지만 찾아와 준 팬들을 위해 소소하게 팬미팅을 해주던 나의 오빠들. TV에서 보던 것 보다 실물이 너무 잘생겨서 숨이 막힐 거 같았던 그 당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팬덤에서는 유행하던 것이 바로 '파'였다. 무리가 '파'가 되어 팬클럽 안에 소모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자신들의 '파'를 홍보하는 현수막, 명함을 뿌리고 회원을 또 모집했다. 팬사이트, 다음카페에 수 많던 커뮤니티를 서로 방문하며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확실히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이 강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여전히 덕질 중이다. 물론 중·고등학교 시절에 좋아하던 오빠들은 아니지만 (휴덕은 있으나 탈덕은 없다. 본질적으론...) 나의 사춘기 시절은 덕질로 인해 무난하게 지나갔다. 이 점은 우리 엄마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엄마, 아빠랑 부딪히는 대신 바깥에서 에너지 발산은 실컷하고 왔으니 말이다. 앞으로 소소하게 기억나는 에피소드들을 담아보고자 한다. (연재는 못하겠다. 태생이 게을러서...)
파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맡겨파'
포토샵 커뮤니티, 팬사이트 시샵(마스터) 시절
팬픽 축전을 만들기 위해 포토샵을 깨우치다
월드컵보단 인기가요
야자시간 우리만의 콘서트
카세트테이프-CD플레이어-MP3-스트리밍
무료로 지내던 삶에서 유료로 지내는 삶 (직장인의 덕질)
주말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무자녀 결혼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