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29살
요새 일하면서 틈틈이 논어를 읽기 시작했다. 고전 소설을 가장 좋아하지만 책 한 권, 영화 한 편을 볼 시간이 아까워진 이유는 꼭 삶에 여유가 없어서는 아니라고 본다. 무언가 시시해졌다고 해야할까. 소설이나 영화속 인물들이 사건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이성적 판단의 대부분을 이미 해보았다.(고 주장해본다.)
논어에서 읽은 문장 하나를 하루종일 곱씹다보면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을 스스로 경계하게 된다. 아무리 남들이 모르더라도, 떳떳하게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라면 그 일은 곧장 그만둔다. 그게 나를 지키는 일이라서. 남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낮추지 않더라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지인들을 곁에 두고,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면 삶이 참 풍요롭다.
1.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논어의 첫 문장이다. 실제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고도의 쾌락이 배움에서 오는 쾌락이다. 단기적인 쾌락은 그 순간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쾌락만을 향유하길 원한다면 쾌락 안에 가두어 쾌락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쾌락에 중독된 결과 이성에 반하여 본능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기 합리화를 시작한다. 불행해지는 것이다. 반면 배움은 장기적인 쾌락이다. 배우고 몰입하고 집중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진정한 쾌락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술도 알고 마시면 즐겁다. 학문과 운동, 그 무엇이든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여담 : 요새는 라이징 임팩트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골프를 이론으로 배우고 있다. 모르는 스포츠에 관한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보니, 재밌기도 하지만 공부를 하는 기분도 든다. '파'나 '보기', '이글', 'OB', '페이드', '백스핀' 등은 실제로 쓰는 용어인 걸 알고 있는데 '라이징 임팩트'나 '샤이닝 로드'는 실제로 쓰이는 말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배움은 재밌는 것이다.
2. 君子大路行 (군자대로행), 人無遠慮 必有近憂 (인무원려 필유근우)
- 군자는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생긴다.
널리 알려진 고사성어지만 그 어원은 논어의 '행불유경(行不由徑)'이다. 비록 샛길로 다니는 것이 빠르고 이익이 될지라도 군자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바른 길로 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도로 가는 것을 누가 알아주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타인의 눈치를 안보고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 편법에 기대지 말아야 마음 속에 불안이 없고 평온할 수 있다. 편법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비슷하다. '걸리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안걸리면 다행이고.' 좀 더 멀리보고 걸렸을 때 본인이 져야 할 책임과 부끄러움, 불안감을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 본인은 꾀를 잘 쓰고 잘났다고 느끼겠지만, 몇몇 사람들은 (굳이 상종하기 싫어서) 알면서 눈감아준다는 사실도.
3. 君子不憂不懼 (군자불우불구)
-군자는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