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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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초경량 에디터 김지후입니다. 10월 2주차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구독자님은 대만 아티스트들의 곡을 들으시나요? 저는 원래 대만까지는 닿지 않았었는데 디깅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닿게 되었어요. 알고 보니 대만과 국내 아티스트들이 콜라보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걸 모른 상태에서 대만 아티스트를 접했을 때는 저 멀리 떨어진 세계에 도착한 기분이었죠.
그렇게 알게 된 아티스트 중에 하나를 오늘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그 주인공은 恐龍的皮(공룡적피)이자 The Dinosaur’s Skin으로 불리는 아티스트에요. 제가 이 밴드를 알게 된 건 태국의 음악 라이브 공연 채널(CD COSMOS)인데요. 무심코 들어갔다가 공룡 탈을 쓴 사람들의 라이브 공연 영상을 보게 됐죠.
충격이었어요. 사실 이 아티스트를 발견하게 된 루트도 충격이었는데요(태국 음악 공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게 된 대만 아티스트라니.. 그것도 공룡 탈을 쓰고 공연을 하는..). 하지만 恐龍的皮의 음악은 예상외였어요. 공룡 탈 때문에 하드 하거나 괴짜스러운 음악을 할 줄 알았는데 매우 부드럽고 감성적인 음악을 하더라고요(그리고 레트로 느낌나는 신나는 밴드 음악도 해요).
여기서 약간의 갭모에가 왔어요. “와 신기하다 뭐지?” 싶은 마음으로 계속 라이브 영상을 봤죠. 공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건 운석으로 멸종한 공룡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별똥별을 낭만으로 즐기는 공룡이구나. 음악을 들으면서 머릿속에 있던 멸종과 운석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짐과 흔적이라는 키워드로 바뀌고 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영상을 보니 아티스트들이 쓰고 있는 공룡탈이 낭만적으로 보였죠.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아티스트들은 공룡탈 사이로 거친 숨을 몰아셨어요ㅋㅋㅋㅋ. 너무 힘들어 보이길래 당장 공룡탈을 벗겨주고 싶었죠. 하지만 恐龍的皮는 잠시 숨을 고르며 자신들의 대한 소개를 이어간 뒤 다시 공연을 시작했어요. 다시 공룡탈이 흔들리며 낭만적인 사운드가 연주됐고요. 어떤가요? 공룡탈을 쓴 이 특이한 아티스트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아래 글을 계속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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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恐龍的皮의 곡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먼저 2021년에 출시된 <Millions of Years Apart>죠. 제목부터가 공룡 답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요. 이 밴드 정말 컨셉에 진심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당연하게도 앨범 커버에도 공룡탈을 쓴 이미지가 있어요. 하지만 이 커버를 보고 곡을 들으면 좀 당황할 수도 있죠.
저는 처음에 앨범 커버를 보고 전자적이거나 게임 브금 느낌의 사운드가 나올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재생해 보니 굉장히 감미로운 사운드였죠. 그리고 지는 햇살, 보랏빛 하늘 등이 떠오르는 사운드였고요. 근데 그 보랏빛 하늘이 노을 때문인지 운석 때문인지는 알 수 없는 분위기랄까요.
이런 점 때문에 멸종과 운석이 낭만적인 이미지로 다가왔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듯이 수천만 년에 한 번 있을 운석 쇼(?)를 낭만으로 즐기는 힙스터 공룡들이 떠올랐달까요. 이런 점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공룡+운석에 대한 이미지와 곡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충돌하며 재밌는 기분이 들게 했죠. 그래서 곡을 다 듣고 난 뒤에는 “아 곡 좋다. 근데 진짜 재밌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가사를 살펴보면 "We have but one heart. Separated by time. Cross the ocean or the pangaea."처럼 시간의 분리, 그리고 판게아라는 단어를 쓰며 공룡의 톤 앤 매너를 잘 지키고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리고 뒷 부분에서는 “But you never see my best cave. Or where my favorite tree stood."처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굴과 나무라는 단어를 써서 정말 공룡이 쓴 것 같은 가사의 느낌을 줬죠.
아마 이번 뉴스레터를 보고 恐龍的皮의 공연을 보신다면 진짜 공룡이 부르는 노래라고 느끼실지도 몰라요. 좋게 말하면 컨셉이고 나쁘게 말하면 과몰입인데 저는 이 부분이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개인적으로는 컨셉의 톤앤매너를 충실히 따르는걸 좋아하는 편이라..). 그럼 두마리 공룡이 부르는 다음 곡으로 넘어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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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곡은 <If I Say I Love You>에요. 이 곡은 2023년에 출시된 곡으로 앞서 소개한 <Millions of Years Apart>보다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트의 보컬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위 글을 쓰기 위해 <Millions of Years Apart>를 반복재생하다가 <If I Say I Love You>를 들으니까 우리 공룡이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나? 싶더라고요.
아 그리고 이 곡은 ‘Summer Salt’라는 아티스트와 같이한 곡이죠(설마 보컬에 Summer Salt가 같이 들어와서 그렇게 느꼈으려나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곡의 앨범 커버에도 공룡탈이 등장해요. 공룡탈을 쓴 두 사람이 바다를 보며 서있죠. 곡도 커버 이미지처럼 나른한 휴양지의 분위기가 가득하고요.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한 곡이라 그런지 음악에서 공룡 색채(?)가 살짝 빠진 느낌이에요. 가사를 살펴보면 공룡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빠지고 사랑 관련한 단어들이 들어가 있죠. 제목 자체가 사랑 분위기가 물씬 나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그렇다고 恐龍的皮의 색이 완전히 빠지진 않았어요. 앞서 소개한 곡처럼 이 곡도 보랏빛 하늘이 연상되거든요(다만 그 보랏빛 하늘이 운석이냐 노을이냐의 차이랄까요..).
그리고 공룡들이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라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웃음이 나죠. 여기서 과몰입을 더 하면 공룡들은 운석 쇼(?) 당시 연인들을 많이 잃었겠구나.. 싶기도 하고요(...ㅋㅋ). 제 생각에 恐龍的皮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이 아티스트가 공룡탈을 썼다는 걸 잊지 않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면 공룡인걸 잊지 않는 거죠.
공룡의 관점(?)과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아마 제가 어릴 적에 공룡을 많이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恐龍的皮의 노래를 듣다 보면 공룡 이름과 생태를 즐겁게 외우던 어린 제 모습이 떠올라서 더 센치해지는 것 같아요. 음악 자체가 좋은 것도 있고요.
그런 의미로 제가 恐龍的皮에 입덕한 영상 링크를 뉴스레터 하단 추천곡 버튼에 달아놓을게요. 영상을 보시면 재밌으실 거에요. 그리고 이 아티스트의 매력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거고요. 그리고 공룡을 좋아하셨더라면 저처럼 괜히 감성에 젖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안킬로사우르스를 가장 좋아했는데 구독자님은 어떤 공룡을 가장 좋아하셨나요? 오늘 소개한 음악이 부디 구독자님의 취향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날씨 좋은 가을날 오늘 추천드린 곡들을 즐겨주세요.
이렇게 취향 탐방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혹시 제게 궁금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DM으로 연락 주세요. 다양한 세계와 영역을 같이 탐색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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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의 추천곡
THE DINOSAUR'S SKIN | COSMOS S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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