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의 나 점검해 보기
아이가 어제부로 두 살이 되었다. 정말 아가 아가 하던 시기는 한돌 전에 끝나더니, 점점 많이 걷고, 이야기하고, 의사표현도 하는 두 돌이 되었다. 어제 오랜만에 택시를 타고 짐보리(아이들이 뛰어노는 실내 체육 시설)에 가는 길에 기사님이 이야기하셨다. '다 키우셨네요?'라고. 그때는 우스개 소리를 하시나 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제는 슬슬 하나의 자유의지를 본격적으로 가진 인격체로 커나가는 시기이지 않나 싶다. 두 돌을 맞이하여 엄마로서의 나를 돌아보고자 한다. 나는 현재 어떠한 엄마인가? 좋은 엄마란 어떠한 엄마인가? 유아기 때엔, 어떤 엄마가 되어주어야 하는가.
지금 나의 엄마로서의 가장 큰 특징은 '감기-포비아(공포증)' 엄마. 원래도 아이가 아픈 걸 잘 견뎌하지 못하는 편인데, 9월부터 다시 시작한 기관생활에서 모든 바이러스를 끈끈이주걱처럼 넙죽넙죽 잘 물어오는 아가 덕분에 약을 안 먹은 날이 거의 2주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 생일 주간에는 감기를 피해 가고 있다.) 콧물이 시작될 때, 후두염으로 컹컹 기침으로 응급실을 오갈 때, 수족구를 걸리고 또 코로나도 걸렸을 때 새삼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은 아기였지만 내 마음은 처지기 그지없었고 우울감속에 허덕였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추워지자 나는 감기 걸린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외출하지 않기 시작했고, 실내만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나 또한 해를 쬐지 않으면 쉽게 우울감에 빠지는 편이라, 이번 가을 겨울은 아이의 감기생활과 함께 나도 푹푹 삭히기만 했다.
나는 어떠한 엄마가 되고 싶었는가? 아이와 있는 시간에는 오로지 아이에게 집중하며, 아이의 의사표현을 존중하고, 최대한 자율성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이와의 시간에는 핸드폰은 멀리하고, 아이의 언어와 눈높이로 접근해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뛰어놀게 해주는 엄마이고 싶었고, 운동도 같이 해주는 엄마이고 싶었다. 몸도 더 놀리게 해 주고, 건강하고 운동을 즐기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굳이 따지자면 이상향은 몬테소리 스타일의 엄마..
하지만 현재 나의 감기포비아가, 아이가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그가 마음껏 뛰어놀게 하지 못하는 것을 안다. 가을의 정취, 단풍의 풍경들은 올해는 어린이집 활동으로만 거의 느꼈고 며칠 전 첫눈이 왔을 때에도 눈 한번 마음껏 맞아보지 못했다. 어제 마음먹고 빠르게 산 방한 패딩 부츠 택을 떼기도 전에 풀린 날씨로 눈은 이미 녹아버렸다. 내가 그가 아이로써 응당 느껴야 하는 기쁨들을 뺏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나는 왜 더 대범해지고, 담대해지지 못하는가. 생각해 보면 리드로써의 나는 그렇게 안절부절못해하지 않는 편인데. 빠르게 피드백을 주려는 편이지만, 그건 우리 둘 다 그 내용에 대한 기억이 살아있을 때 주기 위해서 그러는 편이다. 팀원이 직접 실패의 경험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고 오히려 지켜보려고 하는 편이다. 아이에 대해서는, 그의 건강에 관련해서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하기만 한가. 아이가 보다 자아가 생기고, 사회화가 되어가면서 규율의 경계 속에서 선을 넘나들을 때 과연 나는 어떠한 엄마가 되어갈 수 있을까? 네가 넘어지고, 실패와 시련들을 겪을 때 옆에서 보다 차분하게 너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네가 꼭 지켜야 하는 규율을 어기려고 할 때에는 나는 어떻게 너를 대해야 할까.
두 살의 아이는 온통 자동차와 동물에 관심을 기울인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알아가고, 더 설명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한 달 정도는 현재의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또는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며 더 많은 동물과 자연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을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수련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