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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Sep 17. 2024

오늘의 추구미


추구미란 단어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그 쓰임이 대략 짐작이 갑니다. 지향하는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추구미란 단어를 가져다 쓰면 대충 어디나 잘 어울려요.


요즘 제 추구미는 김대명 배우인데요, 채널십오야 채널에서 진행한 ‘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를 보고 덜컥 반해버렸어요. 단순히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닌다는 것을 넘어 먹는 행위에 얽힌 여러 가지를 함께 살펴본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음식에 관한 이야기, 음식을 만들고 매장을 꾸려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조곤조곤 옆에서 들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의 논문 번외편으로 잠깐 돌아왔습니다. 물론 레터의 본질인 소셜 섹터 이야기도 같이 해보려 합니다.




이번 여름휴가에 나가사키에 다녀왔어요. 나가사키 짬뽕, 나가사키 카스텔라... 어쩜 지역에 먹을 것이 찰떡같이 달라붙는지요. 먹는 즐거움을 백 프로 충족시켜 주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놀러 갔는데 역시나 행복한 식도락 여행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호텔 조식은 따로 예약하지 않게 됩니다. 아무 시간에 일어나 숙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꽤 즐겁게 느꼈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이번 여행에서 찾아간 카페를 소개해드릴까 해요.


나가사키에만 있는 로컬 카페인 아틱 커피가 그곳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료마* 라테아트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숙소 근처의 아틱 커피 모토푸나(ATTIC coffee motofuna)에 다녀왔어요. 다른 매장과 달리 이곳은 일본의 농협(JA, Japan Agriculture)과 콜라보한 매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에 ‘AGRI+(アグリプラス)’가 붙었습니다. 일종의 숍인숍 형태로 로컬푸드를 한쪽에 판매합니다. 매장은 카페와 로컬푸드 코너, 그리고 농협 상담 창구의 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일요일 아침에 방문했던지라 카페 외 다른 공간은 닫혀 있었지만, 분위기를 살짝 엿볼 순 있었습니다.

*사카모토 료마(1835~1867)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역사 속 인물 중 한 명입니다. 하급무사 출신인 그는 메이지 유신의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나가사키에서 동지들과 함께 해운무역회사를 세운 료마는 정치적 대립 관계였던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동맹을 끌어내면서 해군지원대를 창설하는데 기여합니다. 짧지만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 간 료마에 대한 애정이 라테 아트에 담긴 것일까요?


모닝세트를 시켰는데요, 커피와 도톰한 식빵 한쪽이 나왔어요. 무심히 툭 얹어놓은 버터뿐인 구성에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막상 한 입 먹으니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빵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져 행복해지더라고요. 거기에 찬물에 오랜 시간 우려낸 콜드브루를 한 모금 입안에 머물고 있노라니,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깔끔한 아침 식사로 추천하기에 적절한 구성이었어요.




일본의 농협중앙회인 JA전농은 우리나라처럼 종합농협의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제사업과 금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신용사업을 하고 있죠. 일본 농협 구조에 관한 이해는 <일본종합농협: 지역 협동조합의 모델> 자료를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틱 커피와 콜라보 매장을 함께 만든 JA 나가사키 세이히(JA長崎せいひ)는 2005년 설립한 지역농협으로 회원 수 약 3만 명(정회원 약 7900명)의 대형 농업입니다. 금융상품과 로컬푸드 판매, 그리고 장례 서비스를 주된 사업으로 가져가고 있고요. AGRI+는 JA 나가사키 세이히가 운영하는 안테나숍 브랜드로 나가사키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합니다. 도심에 있는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로컬푸드를 알리는 역할을 하죠. 

  

무심코 사용하는 ‘지역소멸’이란 단어가 농업, 농촌에선 더 크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경제사업에 의존하는 농촌형 지역농협의 경우 지역이 소멸하면 지역농협도 사라진다는 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농업, 농촌 모두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농협은 그래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일본의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죠. 농업, 농촌의 위기(고령화, 기후변화, 인구 감소)와 농협 경영의 위기(조합원 감소, 사업량 축소), 그리고 협동조합의 위기(조합원 구성의 다양화, 무관심)는 스스로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콜라보 매장의 경우는 직판장의 또 하나의 형태라고도 할 수 있어요.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로컬푸드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소비를 끌어올려 지역의 다양한 농산물의 생산을 확대하는 거죠. 


우리나라의 농협에선 하나로 마트가 대표적이죠. 하나로마트는 농협중앙회 그리고 지역 농축협에서 운영하는 두 가지 구조로 되어 있어요. 우리에겐 모두 하나로마트죠. 저렴하고 퀄리티도 좋은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어서 집 가까이에 있다면 하나로마트를 매번 이용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론 제주도에 놀러 갈 때 꼭 하나로마트를 가는데요, 제주도에만 파는 제품들이 있어서 기념품 줍줍(...)하러 간단 마음입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 특산물을 활용한 ‘흑돼지 라면 돗멘’, ‘제주 딱새우라면 딱멘’ 등을 있죠. 그런 이유 때문인지 농협 하나로마트 매출액 1~3위는 제주도 매장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유명한 카페와 콜라보한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를 보면서, 지역농협에서 이런 컨셉의 카페를 만들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장기적인 운영이 부담스럽다면 일종의 팝업스토어처럼 일정 기간만 시범 운영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요즘 커다란 창고형 카페가 지역 곳곳에 꽤 많고,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요 그런 곳들과 제휴해 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부산의 ‘모모스커피’와 제휴해 영도 매장에서 부산 혹은 인근 지역의 로컬푸드를 결합한 메뉴를 판매한다거나 숍인숍을 만든다거나요. 이미 그런 사례가 있는데 제가 모르는 것일 수 있겠지만, 농협이 가진 인프라에 비해 활용이 크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혹시 농협에서 그런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찾아가 봐야겠어요! 

하나로마트 매장 사진이나 의미 있는 뭔가를 올리고 싶었는데, 제 사진첩에 있는 것은 막걸리 사진뿐이네요. '생유산균 제주막걸리' 추천합니다... 감귤, 한라봉, 땅콩 등 여러 재료를 넣은 막걸리가 많지만 제주가 아닌 타 지역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주 생막걸리는 제주에서 생산, 판매하는 제품입니다. 제주 하나로마트에 가신다면, 추천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카페가 여러 생각의 물꼬를 열어줍니다. 일상에 돌아오고 나면 다시 잊히기 쉽지만요. 여행지에서 남은 찰나의 생각이 언젠가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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